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주인공은 랴오위안허 9단(중국)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뚫고 왕좌에 앉았다.
랴오위안허는 17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글라스하우스에서 열린 딩하오 9단(중국)과의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2국에서 24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전날(16일) 1국 승리에 이어 2연승을 거둔 랴오위안허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우승 트로피와 상금 3억원을 움켜쥐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이다. 2013년 입단 후 처음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곧장 우승까지 빚어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종전 메이저 최고 성적은 지난해 몽백합배에서 만든 4강 진출이다. 일반 대회로 범위를 넓혀도 2019년 국수산맥 세계 프로최강전 준우승이 전부였다. 이번 삼성화재배를 품에 안으며 생애 첫 트로피를 메이저 대회에서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대진운이 작용한 대회도 아니었다. 토너먼트에서 뚫은 상대들의 면면은 화려함 그 자체다. 16강에서 상대전적 1승6패로 밀리던 한국 최고의 기사 신진서 9단을 잡았다. 이어 4강에서는 한국 랭킹 2위 박정환 9단을 무너뜨렸다.
심지어 이날 결승에서 만난 2000년생 동갑내기 딩하오는 더 어려운 상대였다. 중국 랭킹 1위로 신진서와 세계 최고 자리를 두고 다투는 톱 랭커다. 2023년과 지난해 대회에 이어 삼성화재배 3연패에 도전한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다. 이창호 9단(1997~1999년)만이 성공했던 역사에 도전한 딩하오였지만, 이번에는 중국랭킹 13위 랴오위안허가 일으킨 파란이 더 거셌다.
이날 대국에서 백돌을 잡고 시작한 랴오위안허는 초반 상변 전투에서 밀리고 출발했지만, 이내 하변에서 알린 승전보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로는 반집 정도 우위가 오가는 팽팽한 시소싸움이 펼쳐졌다. 초읽기까지 가는 뒷심 대결, 여기서 집중력을 끝까지 붙잡은 랴오위안허가 마침내 웃었다.
한편, 한국 기사들은 3년 연속 중국 기사들의 우승을 지켜보며 체면을 구겼다. 신진서 9단이 16강에서 조기탈락한 데 이어 우승 희망을 살리던 박정환, 김지석 9단마저 준결승에서 모두 떨어졌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에 대회 최다 우승 타이(14회)를 내주고 말았다.
이번 삼성화재배는 개최 30주년을 맞아 ‘별들의 제전’에 걸맞은 화려한 대회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1996년 출범 이후 최초로 제주도에 대회를 열었다.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중화권 관광객 대상 바둑 스페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회장인 휘닉스 아일랜드 키즈카페에서 바둑 이벤트 부스를 여는 등 팬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로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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