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찍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베테랑...농구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남자, 이관희 "그만두면 다시 농구할 수 없으니까"

 “존경스러울 정도예요.”

 

 가장 일찍 코트에 나서 가장 늦게 코트를 떠난다. 이제 막 합류한 신인이 아닌, 15년 차 베테랑의 일과다. 성실함은 좋은 몸 상태, 경기력으로 나타난다. 수장은 콕 집어 “후배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농구 열정으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남자, 프로농구 삼성 이관희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승패의 희로애락이 조금씩 무뎌질 법도 하지만, 이관희에겐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삼성은 시즌 초반 두 차례 3연패에 빠졌다. 첫 번째는 지난달 26일 소노전(85-83)에서 이관희가 위닝샷을 집어넣으며 끊었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당시 이관희는 “삼성으로 돌아와서 홈경기를 오랜만에 이겼다. 한 경기 이기기 이렇게 어렵나”라며 눈물을 훔쳤다.

사진=KBL 제공

 다시 빠진 3연패의 늪, 이관희가 또 구해냈다. 지난 16일 소노와의 2라운드에서 22점 9리바운드를 몰아치며 75-72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엔 불같이 화를 냈다. 삼성이 2점 앞선(71-69) 경기 종료 15초 전, 흐른 볼을 이근휘가 잡지 못했다. 한호빈이 스틸에 이은 U파울을 얻어 가까스로 공격권을 지켰지만, 이근휘가 공을 잡았다면 승리가 조금 더 쉬웠을 터. 이관희는 “이겼지만 속상하고 화도 난다”며 “모두가 리바운드, 루즈볼에 몸을 아끼지 말자고 강조했는데, (이)근휘가 공을 놓쳤다. 화를 내서 미안하지만, 근휘의 성장을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관희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서 2라운드 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2라운드 신화를 쓰며 통산 590경기에 나서 평균 9.3점 1.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LG-DB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여전히 뜨거운 열정과 함께 베테랑이 돼서 돌아온 만큼, 의지가 남다르다. 이관희는 “삼성에 와서 ‘이기고 싶은 마음’ 하나만 알려주고 싶다. (1라운드 소노전 때) 승리가 정말 간절했는데, 버저가 울리니 감정이 쏟아졌다”면서도 “주변에서 연기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내가 눈물 연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웃었다.

사진=KBL 제공

 사실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돌아온 건 아니다. 자유계약선수(FA) 마감 직전 삼성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관희는 “협상 기간에 끝나기 직전에 이적을 결정했다. 당시 연봉, 계약 기간을 떠나 2~3분 안에 계약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줄 알았다면 다른 길을 택할걸’이라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잘했다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농구는 그만두면 다시 할 수 없다. 이미 시작했으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했다.

 

 가드로서 뿌린 패스가 득점으로 이어질 때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올 시즌 이관희에겐 어시스트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는 “삼성에서 뛰면서 가장 재밌는 게 어시스트”라며 “좋은 동료 덕분에 패스하는 맛이 생겼다”며 “다음 경기엔 어시스트 9개를 하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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