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인다.
자유계약(FA) 최대어 내야수 박찬호의 행선지가 어느 정도 정해진 듯하다. 두산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여러 갈래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다. 내심 굵직한 외부 영입을 바랐던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롯데의 경우 관심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협상엔 뛰어들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다. 이유가 있다. 롯데 소식에 정통한 다수의 관계자는 “롯데가 육성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센터라인, 그 중에서도 유격수는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기본적으로 ‘내야 사령탑’이라 불릴 정도로, 수비 지분이 크다. 최근 들어선 김주원(NC), 박성한(SSG), 오지환(LG) 등 공격력까지 겸비한 자원들이 각광받고 있다. 롯데는 이 부분서 꽤 오랫동안 약점을 지우지 못했다. 2025시즌 기준 유격수 부분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이하 스탯티즈 기준) 1.86을 기록했다. 키움(-0.19), KT(0.85) 다음으로 낮았다. 1위 NC(9.52)와 비교하면 차이가 꽤 크다.
손 놓고 바라만 본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2020~2021시즌 외인 타자 자리를 유격수로 채웠다. 딕슨 마차도다. 수비형 자원으로 안정감을 더했지만, 공격 측면에선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두 시즌 동안 때려낸 홈런 수가 17개에 불과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노진혁을 영입했다. 4년 50억원 대형 FA 계약을 체결했으나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3년간 타율 0.249, 7홈런 등에 그쳤다. 부상, 부진 등이 이어지며 주전경쟁에서조차 밀린 모습이다.
숱한 시행착오.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컸다. 임시방편이 아닌, 장기적 차원서 강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었다. 거액을 들여 외부영입을 반복하는 동안 유망주들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렇다고 투자가 반드시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올해 역대급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느끼는 바가 컸다. 8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3위를 유지했지만, 이후 힘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보려 무리를 했음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자금이 넉넉하지 못해 물러났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과거의 그림자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터. 롯데는 3년 전 3명의 외부 자원을 품으며 총액 17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2018시즌을 멈춰버린 가을야구 시계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것 때문에 제한이 생긴 것은 아니다. 좀 더 합리적으로 투자를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동구장(롯데 퓨처스 홈구장) 쪽 시설을 강화하고 식단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노력 중이다.
마침 롯데엔 잠재력 갖춘 자원들이 꽤 많다. 가장 눈에 띄는 얼굴은 전민재다. 올해 트레이드로 합류해 가능성을 보였다. 101경기서 타율 0.287, 5홈런 등을 때려냈다. 7월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으나, 올해가 풀타임 2년차임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호준, 박찬형 등도 경쟁에 뛰어든다. 이미 지옥이 열렸다. 강도 높은 마무리캠프가 진행된 것은 기본, 추쿠바 대학, 지바롯데, 대만 윈터리그 등 선수에 맞게 맞춤형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육성으로 방향성을 굳히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냉정히 말해 그간 롯데는 새 얼굴을 키워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윤-고-나-황-손(윤동희-고승민-나승엽-황성빈-손호영) 등 젊은 야수진이 주축으로 뛰고 있지만, 아직은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심지어 유격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긴 인내가 필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면 팬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외부 영입 시도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지갑을 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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