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 어렵지만 씻어가야만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마련한 2025 K-베이스볼 시리즈가 마무리됐다. 다음해 3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해 본선에서 만날 체코, 일본과 두 차례씩 맞붙었다. 체코에는 2승을 남겼지만, 야구 최강국 일본과는 1무1패에 그쳤다. 10년간 이어진 9연패 사슬을 끊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고개를 떨구기만 할 성적표는 아니다. 분명한 과제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가능성을 엿봤다. KBO가 2023년 K-베이스볼 시리즈를 출범하며 심어온 새싹들이 느리지만 조금씩 움트고 있음을 증명했다. 문제점에 대한 확인도 평가전이 갖는 중요한 의의라는 평가다.
과제는 확실하다. 바로 평균연령 22.1세에 불과한 투수진의 경험 부족이다. 1998년생 손주영(LG), 1999년생 곽빈(두산)을 제외하면 16명이 2000년 이후 출생이다. 고졸루키도 3명(김영우·정우주·배찬승)이나 됐다. 구속 혁명과 함께 대포알을 쏘아대는 젊음의 패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류지현 감독이지만, 이들이 가진 리스크도 함께 봐야 했다.
젊은 투수들이 끝내 큰 무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이틀간 사사구 23개로 자멸했다. WBC에 적용될 미국 메이저리그(MLB) 규정으로 처음 경기를 치렀다는 점이 부진의 이유가 될 수는 있다. 실제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아닌 인간 심판의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 존에 흔들렸고, 국내보다 촉박한 피치클록의 압박이 있었다. 그러나 같은 환경 속 일본은 이틀간 12사사구에 그쳤다. 적응기였다는 합리화는 씁쓸한 핑계다. 대회까지 남은 기간을 활용해 확실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희망은 투수진만큼이나 젊어진 야수진에서 쏘아 올렸다. 올해 미친 루키시즌을 보낸 안현민(KT)이 일본전 2경기 연속 아치로 일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국가대표 유격수 계보를 이을 1순위 김주원(NC)은 2차전서 일본이 자랑하는 불펜 오타 타이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무너뜨리는 9회말 동점 솔로포로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차기 시즌 MLB 진출을 노리는 송성문(키움)도 도쿄돔을 허무는 화끈한 한방을 보여줬다. 그간 빈공에 시달리던 한국 타선이 눈에 띄게 활기를 되찾았다는 평가다.
올해 K-베이스볼 시리즈에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배경이다. 굵직한 목표인 대표팀 브랜드화, 국제 경쟁력 강화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 국내 대형 포털 네이버가 KBO의 대형 스폰서로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전임감독제로 운영되는 대표팀의 수익 모델 수립은 향후 대표팀의 양과 질 모두를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멈추지 않아야 한다. 2006 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 신화로 대표되는 찬란한 전성기는 이미 먼 과거가 됐다. 천정부지의 KBO리그 인기에만 취해 우물 안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꾸준히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은 버겁게 느껴질 발버둥이 결국 알을 깨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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