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배우겠습니다.”
포수 이재원이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선다. 한화는 지난 11일 “이재원을 (내년 시즌) 플레잉코치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화는 “이재원이 갖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높게 평가했다”면서 “팀 내 젊은 포수들의 기량 향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1군서 동행하며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을 예정이다. 이재원은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면서 “지도자의 기회를 주신 구단과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이재원이 처음 제안을 받은 것은 지난 7월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과 거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간 지도자에 대해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화시킨 적은 없었다. 더욱이 당시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까지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시간을 두고 가족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뒤 마음을 굳혔다. 이재원은 “결정을 하고나니 오히려 깔끔해진 것 같다”고 웃었다.
은퇴는 아니다. 하지만 선수 생활 막바지에 다다른 것은 사실이다. 베테랑의 역할은 분명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무게 중심이 아무래도 코치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20년간의 프로생활. 만감이 교차했을 듯하다. 이재원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SSG에서 부진했을 때 마지막을 떠올렸다. ‘이대로는 선수로 뛰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한화에 와서 예상보다 많은 게임에 나갔다. 올해는 또 팀 성적도 좋지 않았나. 후회 없이 야구했다 싶다”고 미소 지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매 경기 더 간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포스트시즌(PS)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플레이오프(PO) 5차전서 긴장을 많이 했다. 이재원은 “마지막 출근길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정말 두렵더라. 끝내더라도 꼭 한국시리즈(KS)에서 끝내고 싶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KS 딱 오르는 날, 후배들에게 ‘출근 며칠 더 시켜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우승까진 못했지만 후배들에겐 정말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원의 강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서 SK(SSG 전신)의 1차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올 시즌까지 프로 통산 1596경기에 출장했다. 타율 0.274(4172타수 1144안타) 110홈런 640타점 등을 기록했다. KS 우승 반지도 3개 수집했다. 기량은 물론, 리더십 등 인성 측면에서도 꾸준하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재원은 “팀에 잠재력 갖춘 좋은 포수들이 많다. 노하우와 경험을 잘 전수해,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야구와 함께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아직 낯설다. 이재원은 “혹시나 나의 경험만 가지고 지루하게 지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면서 “한화에 좋은 감독님, 코치님이 계시지 않나.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도자로서 한 번 더 KS 반지를 껴보고 싶다. 그때까지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