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전 서성이던 소녀 고지원, KLPGA 정상오른 ‘작은 거인’으로

고지원이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끝난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KLPGT 제공
고지원이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끝난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언니 고지우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KLPGT 제공
고지원이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끝난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KLPGT 제공

고지원(21·삼천리)이 생애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출전 명단에 빈자리가 생겨야 출전할 수 있는 조건부 출전권자로 나선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어 의미가 더 크다.

 

고지원은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파72∙6586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새겼다. 데뷔 3년 만에 생애 첫 우승, 고향에서 이룬 값진 성과다.

 

고지원은 KLPGA 통산 3승을 챙긴 고지우의 동생이다. 하지만 그동안 행보는 언니와 달랐다. 2023년 부푼 꿈을 안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으나, 28개 대회에서 톱10 피니쉬 없이 11개 대회에서 컷탈락하는 등 부진했다. 이후 드림투어와 시드전을 계속해서 치러야 했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언니와 비교하는 시선에 부담감도 컸지만, ‘나를 위한 건강한 골프를 하자’는 마음으로 자신을 단련했다. 낭중지추, 실력자는 결국 수면 위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지난 5월 크리스에프앤씨 챔피언십에서 공동 14위에 오르더니, 6월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10위를 기록하는 등 조금씩 성과를 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작은 거인’의 진면모는 더 힘을 냈다. 언니가 우승을 차지한 맥콜 · 모나 용평 오픈에서 공동 11위에 오르더니 지난주 강원도 원주 오로라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며 기세를 올렸다.

 

한 번 불붙은 상승세는 꺼질 줄 몰랐다. 1라운드 공동 5위, 2라운드 공동 2위에 오른 고지원은 3라운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윤이나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어 4라운드까지 스코어를 지키며 정상에 올랐다.

 

고지원은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1억800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무엇보다 2027년까지 KLPGA 투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시드권을 확보했다.

 

고지원은 “사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도 많았다. 그런데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오래오래 골프를 하고 싶은데, 이를 위해서는 나를 위한 건강한 골프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며 “그러면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밖에서 보시기에 제가 갑자기 성적이 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많이 노력했고, 그러면서 서서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골프를 잘 치는 선수,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