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⅓이닝…고개 숙인 엄상백, 믿고 맡기기 어렵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비싸게 데려왔는데….’

 

올 시즌 한화가 선두 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선발진이다. 막강 그 자체다. 9일 기준 평균자책점 3.26을 마크, 전체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기간 선발승으로만 42승을 챙겼다. 외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 문동주 등 토종 자원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엄상백이다. 올 시즌 19경기에 나서 1승(7패)을 올리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 또한 7.42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화는 최근 몇 년간 차곡차곡 외부 자원을 영입, 전력 보강에 힘썼다. 엄상백도 그러한 과정의 일환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78억원 규모의 대형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선발진 한 축을 맡아주기를 기대했다. 엇박자가 났다. 승수를 떠나, 세부 지표들에서도 물음표가 붙어 있다. 기본적으로 5이닝을 넘기기 어렵다(평균 3⅓이닝).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단 두 번. 반대로, 선발로 나선 16경기 중 조기 강판된 기억만 9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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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경기서 믿고 맡기기 어렵다. 9일 잠실 LG전이 대표적이다. 직접적으로 1위 다툼 중인 상대와의 맞대결. 일각에선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라 부르기도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엄상백이 1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일찌감치 흐름을 내주는 바람에 이렇다 할 반격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패했다(1-8). 한화는 당초 이날 깜짝 선발을 고려했다 다시 엄상백으로 노선을 바꾼 바 있다. 최악의 수가 됐다.

 

선발진의 조기 강판은 마운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불펜에 부담을 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날 한화는 3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했다. 모두 멀티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김종수의 경우 무려 4이닝을 책임졌다. 던진 공만 70개다. 시즌 최다 투구 수. 여기에 조동욱와 정우주는 각각 1⅓이닝, 1⅔이닝을 책임졌다. 그래도 불펜진의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는 시기다. 8월 치른 6경기서 역전패가 4경기나 된다. 엄상백의 부진이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고민이 깊어진다. 후반기 들어 한화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더뎌졌다. 특히 LG와의 주말 3연전서 연거푸 고개를 숙인 부분이 아쉽다. 1위 탈환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 LG, 롯데 등 상위팀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올 시즌도 벌써 70% 이상 지나갔다. 대부분의 팀들이 막판 스퍼트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 역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 엄상백의 쓰임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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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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