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광장] 영웅군단이 내디딘 과감한 발자국… 보여주기가 아닌, 진짜 변화의 시작이기를

키움 송성문이 구단과 6년 총액 120억원의 다년계약을 체결한 후, 위재민 키움 대표이사(왼쪽)와 허승필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양치기 소년이 이번에야 말로 “정말로 늑대가 왔다”고 온 동네에 외쳤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이 그동안 뱉어온 거짓말이 진짜 구조 요청을 믿지 못하게 할 만큼 높게 쌓여버렸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키움이 지난 4일 내야수 송성문과 계약기간 6년, 총액 120억원 전액 보장의 화끈한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역대 비FA 다년계약 중 여섯 번째로 100억원을 넘었고, 야수 기준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남았다.

 

키움이 이번에야 말로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타났다”고 온 동네에 외치는 셈이다. 지금까지 행보와는 분명 결이 다르다. 변화를 다짐하는 뉘앙스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박수만 쳐주기에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다. ‘키움이니까’라는 불편한 마음의 소리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이 최근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샐러리캡 하한선에 대한 선제 조치 성격을 띤다는 시선이 등장했다. 지난해 키움의 샐러리캡 소진율은 49.7%였다. 연봉 상위 40명 합산 금액이 56억7876만원으로 상한선(114억2638만원) 근처도 가지 못했다. 키움 다음으로 적은 NC(94억7275만원)와도 40억원 가까운 차이다. 키움이 의도적으로 선수단 강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은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

 

키움 송성문이 안타를 치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고의적 탱킹’을 막고자 하한선 도입 목소리가 커진 상황. 키움이 송성문 계약으로 고정 지출을 미리 확보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의 매년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한선이 정해진다면, 그에 맞춰 유동적으로 송성문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기 위한 연봉 구조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키움에 달린 최악의 꼬리표, ‘선수 장사’ 가능성도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다. 계약만 보면 6년 동행에 못이 박힌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구단은 송성문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팅에 도전한다면, 내용에 따라 허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다년계약은 파기된다. 키움은 투자를 했다는 명분과 금전적 실리(이적료), 두 마리 토끼를 챙긴다. ‘혹시’라는 부사가 붙는 배경이다.

 

결정적인 의혹 하나가 더해진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붙잡는 ‘키움답지 않은 행보’로 박수를 끌어내, 최근 불거지는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구단 운영 개입 논란의 잡음을 조금이라도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키움은 지난달 홍원기 전 감독, 고형욱 전 단장 등과 이별을 택했다. 성적 부진이 이유였지만, 빈약한 투자 속에서는 누구도 성과를 낼 수 없음을 모두가 안다. 구단은 위재민 대표이사가 변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그가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은 이장석 전 대표이사와 깊은 연결고리로 묶여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여기에 이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대만 마무리 캠프 현장을 방문했다는 소식, 그리고 그의 딸이 위재민 대표이사의 추천으로 구단 인턴으로 근무했다는 채용 비리 의혹까지 더해졌다.

 

키움 팬들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띤 응원을 벌이고 있다. 사진=키움히어로즈 제공

 

구단 안팎으로 사조직화된 키움의 경영 방식에 불신의 목소리가 쏟아지던 상황. 키움 팬들은 그곳에서 새어나온 송성문 다년계약이라는 빛줄기를 마냥 즐길 수 없는 처지까지 와버렸다.

 

2014년 넥센(현 키움)의 선택을 받고 밝게 미소 짓던 소년 송성문은, 10년이 지나 번듯한 청년이 되어 키움을 선택해줬다. 구단을 향한 냉소적인 여론을 모르지 않지만, 그는 낭만을 택했다. 송성문의 선택은 온전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당연히 키움의 팬들도 이 행복을 온전히 만끽할 자격이 있다.

 

그 환경은 결국 키움이 만들어야 한다. 이제 키움은 바뀌어야 한다. 송성문과 함께할 6년이 장기적 신뢰 회복을 향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그들의 손에 달렸다. 이번 만큼은 양치기 소년의 진심이 담겼기를 바라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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