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통산 499번째 대회 출격… ‘탱크’ 최경주의 쉼없는 도전

사진=AP/뉴시스

 

녹슬 줄 모르는 ‘탱크’가 거침없이 나아간다. 세월을 거스르는 사나이, 최경주(55·SK텔레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무대에 나선다. 

 

최경주는 17일부터 20일까지 영국 북아일랜드 앤트림주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파71·7381야드)에서 펼쳐지는 디오픈에 출전한다. 최경주는 귀도 밀리오치(이탈리아), 루이 우스트하이(남아공)과 함께 2조에 편성돼 오후 2시46분 티오프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다. 대회명인 ‘디 오픈’에서도 나타나듯이 골프의 역사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60년 초대 대회가 열렸고, 올 시즌까지 무려 165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PGA 4대 메이저(마스터스, PGA 챔피언십, US오픈)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품고 있으며, 유일하게 영국에서 열리는 대회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대회이기도 하지만, 이번 대회는 한국 골프 팬들에게 유독 시선을 모은다. 바로 한국 남자 골프의 살아있는 레전드 최경주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지난해 PGA 챔피언스 투어 더 시니어 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출전권을 거머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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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한국 남자 골프의 역사와 같다. KPGA 투어 통산 17승 보유자다. 명출상(신인상), 상금왕, 대상을 모두 휩쓰는 등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해외 무대로 향했다. 막힘없이, 또 차근차근 나아갔다. 2000년 한국인 최초 PGA 투어 데뷔, 2002년 PGA 투어 한국인 첫 우승, 그리고 한국인 최다 우승(통산 8승) 등을 달성하는 등 큼지막한 족적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베테랑이 된 후에도 탱크의 전진 기어는 계속 넣고 있다.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시니어 무대에서도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PGA 챔피언스 투어 2승을 거뒀다. 이 역시 그가 한국인 최초다. 2021년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과 2024년 더 시니어 오픈서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여기에 자신의 스폰서 대회인 KPGA 투어 2024 SK텔레콤 오픈에서도 54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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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에게도 이번 대회는 남다르다. 개인 통산 499번째 대회다. PGA 투어 500경기 출전 기록은 그의 목표다. 여기에 2016년 PGA 챔피언십 이후 9년 만에 도전하는 메이저 대회이다. 디 오픈으로 한정하면 2014년 대회 이후 11년 만이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지독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꾸준한 운동은 물론이고, 술과 탄산음료, 커피까지 끊었다. 과거에 비해 보폭은 좁아지고, 느려졌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탱크는 멈추지 않는다. 나이도, 숫자도, 현실도 그의 도전 앞에선 변명이 되지 않는다. 최경주의 골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최경주를 필두로 안병훈,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송영한 등 6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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