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 인플레시대···가성비 어프로치] 해법은 없을까? 골프장 가격 정상화 시나리오

해외의 한 골프장 모습. 사진=AP뉴시스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20대 사회초년생 김종엽 씨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백돌이(100타를 깨지 못한 골퍼)’를 벗어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드에 나갔다. 실력도 재미도 올랐지만, 동시에 오르는 비싼 골프장 1회 비용에 서서히 발길을 끊었다. 그는 “라운드 한 번 나가려면 최소 20∼30만원이 든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엄두를 내기 힘든 비용”이라며 “처음 레슨 받을 때도 큰 비용이 들어가서 그만두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래서 가끔 스크린 골프만 치는 정도”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비싼 그린피부터 캐디피, 카트비, 부대시설 비용 등 오르기만 하는 골프장 이용료에 필드를 떠나는 골퍼는 한둘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골프 대중화는 물론 부자들의 취미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격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건 단순한 할인보다 구조 개편이다. 대중형 골프장은 개별소비세를 감면받고 회원제 골프장(4%)보다 훨씬 낮은 재산세율(0.2~0.4%)을 적용받는 등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요금 상한제를 지켜야 하지만 계절별 평균치가 기준인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요금 상한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나 실제 처벌 사례가 거의 없다. 요금 상한의 기준치 수정과 제대로 된 처벌 규정, 이행이 필요하다.

사진=스포츠월드 권영준 기자

 공공 운영 골프장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국 골프장 수는 525개이며 대부분이 민간 소유다. 공공 운영 골프장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주요 지자체 체육예산 내 골프장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퍼블릭 코스를 직접 운영한다. 지역 주민은 비교적 낮은 요금에 이용하도록 하는 등 체육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한다. 공공 운영 골프장이 생기면 민간 골프장과의 경쟁 체제로 가격 상승을 견제할 수 있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지방 거점마다 공공 골프장 1개씩만 확보해도 골프 접근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킹 수수료’가 깜깜이라는 사실도 문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골프장 이용료에는 부킹 수수료가 포함돼 있지만 그 구조는 비공개다. 일각에선 일부 예약 플랫폼이 수만 원대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수료는 있어도 된다. 중요한 건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린피에 부담을 얹는 캐디 의무제도 변화해야 한다. 일본은 무인카트·셀프라운드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고, 미국은 AI 캐디·1인 라운드가 확산 중이다. 한국 역시 노캐디 운영을 도입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골프장 약 41.1%가 캐디선택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골퍼들은 사실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강제가 아닌 선택으로 자리 잡아야 할 때다. 김 씨는 “캐디피에 잘 치면 팁을 드려야 하는 문화까지 남아있으니 부담이 두 배”라며 “가끔은 내가 다 보고 친 거라 좋은 마음으로 주기 어려울 때도 있다. 선택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가격 정상화는 단순히 ‘저렴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공 기반 마련과 세제 정비다. 민간은 가격 구조 투명화와 서비스 혁신, 소비자는 선택권과 공정성을 요구할 권리를 자각해야 한다. 골프가 국민 스포츠가 되기 위해선 ‘누구나 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최유경 야놀자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골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전략적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될 때, 골프 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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