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탈을 쓴 허술한 서비스 민낯] “취소요? 일단 오셔야 합니다”… 비 오는 날, 골퍼 괴롭히는 갑질

사진=KPGA 제공

 

“황당했죠. 무작정 일단 오라고만 하니 벽에 대고 말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예약 취소 과정에서의 불합리함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갑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가 매년 장마철마다 빠짐없이 겪고 있는 사연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에는 충청권 모 골프장을 예약했는데, 오전부터 빗줄기가 거셌다”며 “전국적인 빗줄기에 결국 전화를 걸어 취소 절차를 문의했다. 답은 정해져 있더라. ‘내방 취소’만 가능하다는 도돌이표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두 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도착한 후에야 취소를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또 시간을 들여 귀가해야 했다. 이걸 정말 골프장에 와서 직접 판단할 수밖에 없는 영역인지 의문스러웠다. 제대로 된 절차 설명이나 답변도 없다. 불쾌한 기분이 가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객의 안전과 편의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행태라는 게 골자다.

 

실제로 적잖은 골프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기상청 예보상 폭우가 예고됐더라도, 일부 골프장 측은 현장 판단이 우선이라며 내방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단 오라고 해서 가보니 비가 많이 와 경기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등 골퍼들의 볼멘소리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KPGA 제공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스마트폰이 보급화된 21세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미 10~15년 전부터 문제였다”며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것은 안일함이 넘치는 골프장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 안에서 바다 건너 미국과 일본에 위치한 도시의 실시간 날씨도 손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다. 하물며 국내 골프장에 내리는 비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날씨 정보는 이미 누구나 실시간 확인 가능한데도, ‘현장 도착 후 판단’이라는 불투명한 기준을 고집하는 건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는 것이다. “나쁜 구태가 여전히 골프장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운을 뗀 서 소장은 “일종의 갑질이라고 봐야 한다. 불합리한 구조에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운영 행태가 골프장을 찾는 발걸음을 끊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서 소장은 “지금이라도 명확한 기준을 만들거나,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원 차원의 칼질도 감수해야 한다”며 “골프장 스스로도 고객의 신뢰를 잃는 일이 무엇보다 손해라는 점을 자각해야 할 것”이라면서 쓴소리를 전했다.

 

한 골퍼 역시 한숨을 내쉬며 다음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골프장은 스트레스도 풀고, 도파민도 충전하려고 가는 거잖아요. 아니었습니다. 상처받고, 화나는 일이 더 많아요.”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