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탈을 쓴 허술한 서비스 민낯] 그린피 비싼 값 못한다… 폭염 핑계? 번 만큼 투자해야죠

맹렬하게 불던 골프 유행이 수그러든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단절된 실내운동, 해외여행을 대신해 속속 골프장으로 모여들던 MZ세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표심 공략을 위해 급조된 골프 대중화 정책 속에서 골프장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쳤고, 그린피와 부대비용 증가라는 역효과를 불렀다. 가성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본능은 막을 길이 없다. 진정한 골프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때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한국 골프산업의 위태로운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上. 천정 뚫고 솟은 그린피, 이대로 괜찮나

中. 프리미엄 탈을 쓴 허술한 서비스 민낯

下. 그린피 인플레 시대, 가성비 어프로치

 

사진=스포츠월드 권영준 기자

 

“티샷은 매트에서 치실께요.”

 

최근 수도권 A골프장을 찾은 40대 최성호 씨는 2번 홀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상했다. 파3홀, 티잉 구역에 잔디가 듬성듬성 파여 있는 등 잔디 상태가 형편없었다. 캐디는 “매트 위에서 티샷 하실게요”라고 공지했다. 최 씨는 “20만원이 넘는 그린피를 내고 골프장에 왔는데, 잔디 상태가 엉망이라 기분이 상한다”라며 “5년 전과 비교하며 그린피가 2배 가까이 올랐는데, 잔디 상태나 서비스는 그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천장을 뚫고 오르고 있는 그린피가 논란이다. 문제는 그린피가 오른 만큼 서비스의 질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5’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대중형 골프장(18홀 이상)의 그린피는 주중은 17만400원, 주말은 21만4000원으로 형성됐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평균 그린피의 경우 주중 21만3500원, 주말 26만5100원이다.

 

7월 기준 날씨가 무더워졌지만 그린피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수도권 B 대중형 골프장의 경우 주중 오전 기준 그린피 가격은 19만원이다. 오후 5시 전후 야간 티오프의 경우 1만원 저렴한 18만원이다. 주말이 되면 폭등한다. 오전, 오후 모두 25만원으로 뛴다. 일요일 야간이 돼야 16만원으로 떨어진다.

 

회원제 수도권 C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주중 오전 23만원, 정오 이후 20만원, 야간 19만원이다. 이 가격은 주말이 되면 오전 30만원, 오전 11시 이후 26만원, 야간 17만원이다.

 

사진=AP/뉴시스

 

그렇다면 이들 골프장의 잔디 상태는 어떨까. 최근 이 골프장을 다녀온 A 씨는 “페어웨이 중간중간 아예 흙바닥인 경우도 있더라”며 “심지어 캐디가 볼을 빼고 치라고 할 정도”라고 혀를 찼다. 동반자인 B 씨는 “페어웨이가 호수 때문에 좁아지는 구역이 있다. 볼을 칠 수 있는 유일한 구역인데, 거기에 잔디가 없다”며 “주말에 30만원이라는 비싼 돈을 주고 골프를 치러 오는데, 잔디 상태는 돈 값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린의 경우 더 심하다. 보통 그린의 경우 그늘이 없다. 땡볕 아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상 잔디 관리가 더 어렵다. 스코어가 평소보다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골프장 측은 “폭염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여름철 폭염과 국지성 호우 때문에 잔디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골프장의 매니저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이 치솟으니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변명이다. 국내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30%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회원제·대중형 골프장 합계 영업이익률은 30.3%였다. 카지노 산업 영업이익률(13.4%)의 3배에 이른다.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그만큼 높다면, 잔디 관리 투자금도 늘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현재 골프장 업계는 ‘배 들어왔을 때 노를 젓자’는 마인드가 팽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잔디 관련 전문가는 “여름에는 잔디 관리가 쉽지 않다. 최근 축구장, 야구장에서도 잔디 문제가 나오지 않았나”며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 측은 야간 라운드까지 돌린다. 어떤 잔디를 깔아도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책정된다. 공급은 한정 돼 있는데, 수요가 많다면 당연히 가격은 올라간다. 하지만 그에 마땅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가격 인상은 시장 이치가 아닌 ‘폭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치솟는 그린피, 하지만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서비스,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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