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 뚫고 솟은 그린피, 이대로 괜찮나①] 뭐하러 한국에서 골프쳐요. 차라리 일본 가지… 한국 대중 골프 위기 시그널

자료=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맹렬하게 불던 골프 유행이 수그러든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단절된 실내운동, 해외여행을 대신해 속속 골프장으로 모여들던 MZ세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표심 공략을 위해 급조된 골프 대중화 정책 속에서 골프장의 편법과 꼼수가 판을 쳤고, 그린피와 부대비용 증가라는 역효과를 불렀다. 가성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본능은 막을 길이 없다. 진정한 골프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때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한국 골프산업의 위태로운 현실을 진단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上. 천정 뚫고 솟은 그린피, 이대로 괜찮나

中. 프리미엄 탈을 쓴 허술한 서비스 민낯

下. 그린피 인플레 시대, 가성비 어프로치

 

골프장 풍경. 사진=한국골프장경영협회 공식 웹사이트

 

“여름휴가 때 주말 이틀 골프 치러 갈까?”

 

친구들에게 1박 2일 라운드를 제안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출해야 할 돈이 너무 많다. 방향을 틀었다. “그럼 일본으로 갈까.” 관심이 달라졌다. “국내에서 주말 이틀 라운드 갈 돈이면 차라리 일본으로 가자.”

 

골프 입문 5년 차. 깨백돌이(100타를 깨고 90타대 진입한 아마추어 골퍼를 일컫는 말)에 진입해 보기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간다. 그만큼 골프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이에 이번 여름휴가에 주말 1박 2일로 계획을 짜는 데, 1인당 지출해야 할 비용이 100만원이 넘는다. 그린피만 각각 30만원, 28만원이었다. 여기에 카트비 2만5000원(4인 10만원), 캐디피 3만7500원(4인 15만원)이 들어간다. 클럽하우스에서 아침 식사로 해장국을 먹고, 그늘집에서 간단하게 생맥주까지 마시면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간다. 저녁 식사 비용과 숙박비까지 더하니 금방 100만원이 넘어간다. 골프를 즐기러 간다고 하기엔 무시무시할 정도의 가격이다.

 

“차라리 제주도로 갈까?”라고 제안했지만, 여름 제주도행은 언감생심이다. 그린피는 말할 것도 없고, 휴가철이라 숙박비와 렌터카 비용까지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펴낸 ‘레저 백서 2025’에 따르면 골프장 산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9조79억원으로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특수를 누리기 전인 2019년보다 51.5%나 증가했다. 시장 규모가 증가한 만큼 골프장 영업 이익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대중형 골프장과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매출액(9홀 제외)은 각각 180억원, 206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2019년과 비교하면 각각 33.6%, 44.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회원제·대중형 골프장 합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0.3%다. 2019년과 비교하면 7.8%나 상승했다. 타 산업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 구조를 자랑한다. 호텔 레저 서비스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 8.9%, 카지노 산업 영업이익률 13.4%이다.

 

이 같은 수익 구조 속에서도 높은 그린피는 유지되고 있다. 6일 골프장 부킹 애플리케이션 기준 국내 프로골프 대회가 열리는 수도권 유명 골프장의 경우 28만원 전후대 부킹이 가능하다. 한 고급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골프장 공지가’로 표시해 가격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골프장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비회원가 28만원으로 공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골프장 공지가로 표시했다는 의미는 프리미엄 시간대에는 더 비싸게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한 골프장 풍경. 사진=독자 제공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친구의 아버지가 최근 어머니와 단둘이 다녀왔다며 추천했다. 친구 부모님이 쓴 비용을 살펴보니 입이 떡 벌어진다. 일단 그린피가 5490엔(한화 약 5만1800원)이다. 여기에는 점심 식사 비용도 포함이다. 한국과 180도 다른 점은 캐디 동반과 노캐디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2인 라운드도 가능하다. 여기에 한국과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 공항을 이용하면 6일 저가항공(LCC) 기준 편도 항공료 7만4000원부터 가능하다.

 

이번 주말 일본으로 향하는 아마추어 골퍼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 및 서비스가 너무 비교된다”라며 “한국은 골프장 상태도 엉망인데, 서비스도 가격 대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이 일본 골프장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골프 통합 플랫폼 쇼골프는 2년 전 일본 가고시마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를 인수했다. 한국식 서비스를 도입하고, 일본 내 골프장답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본격적인 혁신에 나섰다. 현재 쇼골프는 사츠마골프&리조트 1박 2일 골프·숙박·온천 패키지를 10만~12만원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항공료 왕복 20만으로 잡아도 국내에서 라운드를 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골프계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골프장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결국 소비자가 외면하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국내 골프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이라며 “그린피에 대한 공론화와 해결 방안을 찾아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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