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 오픈’ 시상식을 처음 찾은 날, 박혜준이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박혜준은 6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68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5회 롯데 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41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무서운 기세였다. 1라운드 보기 3개를 범했지만, 버디 7개를 쏟아내며 4언더파 공동 2위로 롯데오픈을 열었다. 2라운드에서도 5언더파 공동 2위를 지킨 박혜준은 3라운드 승부수를 던졌다. 이글 1개와 버디 4를 솎아냈고, 노보기 플레이를 선보이며 6타를 한번에 줄이며 선두로 도약했다.
사실 최종 라운드 초반까지 여유 있게 앞서가며 우승에 다가가는 듯했다. 하지만 선두 경쟁을 펼쳤던 노승희가 무섭게 추격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18번 홀(파5)에서 노승희가 이글을 기록하며 16언더파, 박혜준과 공동 선두로 이름을 올렸다. 박혜준 역시 버디 퍼트 기회, 놓치면 연장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버디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생애 첫 정상이다. 2022년 KLPGA 무대에 발을 내디딘 박혜준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호주에서 골프를 시작한 그는 국내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음해 바로 드림투어(2부)로 떨어지는 아픔도 맛봤다. 절치부심한 박혜준은 2023년 드림투어 상금 랭킹 8위에 오르며 지난해 다시 투어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해 4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과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남겼다. 다만 올해 직전 13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끝난 맥콜·모나 용평 오픈 대회에서 7위에 오르며 기세를 탔고, 이날 롯데오픈에서 정상까지 내달리며 생애 첫 타이틀의 감격을 맛봤다.
특히 이날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시상식을 직접 찾아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 회장이 롯데 오픈을 방문한 것은 2021년 롯데 오픈이 시작한 이후 2022년, 2023년에 이어 세 번째다. 다만 최종일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시상식을 직접 찾은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보통 3라운드에 현장을 찾아 둘러보셨다”며 “그만큼 롯데오픈에 각별한 마음을 갖고 계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2020년까지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으로 진행되던 대회를 2021년부터 그룹 차원 대회로 격상해 ‘KLPGA 롯데 오픈’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이날 신 회장은 시상식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른 박혜준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앞서 갤러리 플라자, 롯데 플레저홀을 둘러봤다. 갤러리 플라자에는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캐논코리아, 롯데홈쇼핑 등이 참가해 클라우드 생맥주, 월드콘, 거리측정기 등 각 사 인기 상품을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어 롯데오픈의 시그니처인 '롯데 플레저홀'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롯데 플레저홀은 신나는 음악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으로 롯데는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전문 DJ의 공연까지 더해져 경기장을 찾은 갤러리들에게 선수들의 플레이와 함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를 반영하듯 4만명의 갤러리가 운집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한편 롯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양대투어인 KLPGA(한국프로여자골프)와 LPGA(미국여자프로골프)에서 대회를 개최하며 유망주 발굴 및 선수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참가한 롯데 골프단 소속 최혜진, 김효주 등은 LPGA 무대를 누비다 오랜만에 국내 팬을 만나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KLPGA에서 활약 중인 황유민, 이소영 역시 롯데 오픈 무대를 빛냈다.
인천=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