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론 바람도 주저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외야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시즌 초반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에 걸맞은 맹타를 휘둘렀지만, 5월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며 흔들리고 있다. 24일 기준 이달 18경기에서 타율 0.161, OPS(출루율+장타율)는 0.590에 머물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은 타율 0.252, OPS 0.725다.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3~4월 30경기에서 타율 0.319(116타수 37안타), 3홈런, OPS 0.901을 기록, 연착륙에 성공하는 듯했다. 지난 시즌 데뷔 첫해를 어깨 부상으로 조기 마감한 뒤 간절하게 재활에 집중한 노력의 결실이 성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5월부터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5월 타율 0.231로 줄어들더니, 6월 들어 1할대 타율에 허덕인다.

리그 적응에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는 날선 평가도 제기된다. 공을 보는 여유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역시 “이정후가 타석에서 다소 서두르고 있다. 평소처럼 공헌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걸 만회하려다 무리하게 뭔가를 더 하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심리적 부담과 함께 본연의 타격 리듬 붕괴가 겹쳤다는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실제 올 시즌 이정후의 타석당 평균 투구 수는 3.78개다. 이는 내셔널리그(NL) 평균 수치(3.87개)보다 낮다.
당장 4월까지도 4개(3.94개)를 웃돌던 수치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이정후는 5월 이후로 따지면 타석당 투구 수 3.70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 2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도 드러났다. 이정후는 4차례 타석에 들어섰는데, 그가 지켜본 공은 고작 9개였다. 그리고 결과는 모두 범타였다.
이러한 성급함에 밸런스가 무너졌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고, 장타 생산도 눈에 띄게 줄었다. 6월에만 기록한 장타는 2루타와 3루타 각각 3개뿐이고, 홈런은 아직 없다.

상대 팀들의 집중 견제 역시 변수다. MLB 2년 차 시즌이지만 실질적 첫 풀타임을 보내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데이터 분석과 정밀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이정후를 상대하는 투수들이 의도적으로 바깥쪽 공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본인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흔들린다.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 연쇄 반응에 따라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시즌 반환점을 돌게 되는 7월은 이정후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침묵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여전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그가 다시 자신의 타격 리듬과 호흡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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