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과 인기, 성적까지 모두 갖췄던 올스타 명가의 추락은 뼈아프다. 2025 프로야구 올스타전 베스트12에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두산 얘기다. 성적 부진을 떠나 ‘세대교체 실패’라는 뿌리 깊은 문제가 지적된다.
144경기 체제에서 절반의 반환점을 돈 시점이다. 두산은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성적과 함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3년 임기 마지막 해를 마주한 이승엽 전 감독은 올 시즌 23승3무32패 승률 0.418에 머물렀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반등의 기회는 좀처럼 잡기 어려웠다. 베테랑 타자들은 빈타에 헤매고, 본연의 강점인 불펜도 흔들렸다. 여기에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까지 겹친 게 한몫했다. 결국 시즌 도중 자진사퇴로 수장이 물러나야만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성환 감독대행은 변화를 택했다. 리빌딩 기조 아래 젊은 자원들을 전면에 세운 것. 신예들의 출전 폭을 넓히고, 이른바 ‘나무보다는 숲’을 내다보는 방향이었다. 결과는 아직 따라오지 않고 있다.
23일 기준 조 대행 체제 이후 6승10패 승률 0.375를 기록했다. 리그서 역대급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두산의 순위는 여전히 9위다. 한 계단 위 8위 NC와의 승차는 5경기나 벌어져 있다.

선수들의 존재감 역시 곤두박질쳤다. 이번 올스타전 투표는 흥행 돌풍에 힘입어 역대 최다인 352만표가 집계됐을 정도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다만 두산 선수들은 외면받았다. 드림 올스타 소속 5개 팀 가운데 두산과 KT 선수들이 베스트12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10개 팀 전체로 보면 나눔 올스타 소속 키움이 ‘0명 클럽’에 추가된다.
팀 기둥들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올스타 팬투표 전체 2위를 차지했던 양의지는 물론, 돌직구 마무리 김택연 또한 끝내 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팀 내 다른 후보들은 팬과 선수단 투표 합산 총점 하위권을 전전했다.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두산은 자타공인 올스타 군단으로 통했다. 2016∼2018년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이 시기 베스트12서 차례대로 8, 6, 9명의 올스타를 배출한 바 있다.

특히 올 시즌 올스타 투표 상위권을 휩쓴 팀들과 비교하면 더 대조적이다. 롯데와 삼성은 이번에 다수의 새 얼굴을 상위권에 올린 바 있다. 그중에서도 중간투수 배찬승(삼성)과 내야수 고승민(롯데)이 ‘별들의 별’ 선정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두 팀은 지난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두산은 뒤늦게 방향을 틀었을 뿐, 과정도 성과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때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로 유명했을 정도로 유망주 육성에 강점을 보였던 팀이라는 점에서 작금의 현실은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성적을 넘어 방향과 색깔마저 흐릿하다는 적신호다. 숙제는 분명해졌다. 단순 인기투표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다. 팬들이 느끼는 무기력함은 팀의 미래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되고 있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이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이제는 옛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새 시대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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