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목표는 최형우, 강민호 선배입니다.”
내야수 류지혁이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5번 및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프로에서 개인 통산 1000번째 경기에 나서는 순간이었다. 184번째. 이를 자축하기라도 하듯 류지혁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4회 초 승리로 가는 결정적인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포효했다. 덕분에 삼성은 6-1 승리를 거뒀다. 류지혁은 “확실히 이겨야 더 재밌는 것 같다. 다행이다”고 웃었다.
1000경기. 아무나 마주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만큼의 몸 상태와 기량이 뒷받치돼야 한다. 류지혁은 2012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업으로 출발해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차기까지, 엄청난 땀방울을 흘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류지혁은 “항상 주전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강민호(삼성·2413경기), 최형우(KIA·2225경기) 선배 등 이제부턴 더 높은 목표를 세워볼까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계약(FA) 첫 해(4년 최대 26억원). 스윙이 예사롭지 않다. 47경기서 타율 0.317를 때려내고 있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수비에 공격력까지 더해지니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스스로는 “잘 맞을 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그 속엔 쉼 없는 노력이 있었다. 기술적인 변화를 준 것은 물론, 생각도 많이 바꿨다. 류지혁은 “지난해 잘하고 싶은 욕심에 생각이 많았다. 매 경기 목 졸라오는 느낌이 들더라”면서 “올해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 싶었다. 숫자놀음 대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밝혔다.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베테랑으로서 내야진 버팀목이 돼 준다. 고척 원정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캡틴 구자욱을 비롯한 강민호, 박병호 등과 자체적으로 미팅을 했다. 이후 류지혁은 어린 선수들을 따로 모아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류지혁은 “선수들 모두 그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승패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는가. 그것과는 별개로, 주어진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해보자고 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