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퍼터 대회 하루전에 바꿨다고?… 과감한 최승빈 “그냥 바꿨는데, 너무 잘 됐다”

최승빈이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2025 KPGA 클래식’ 1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최승빈이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2025 KPGA 클래식’ 1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갑자기 바꾸고 싶었어요. 피팅할 시간도 없었어요. 대회 하루 전에 후원사인 타이틀리스트에 얘기해 일반 말렛 퍼터를 사용했는데, 오늘 너무 잘 됐습니다.”

 

 변화가 필요했을까. 과감함을 선택한 최승빈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왔다. 기세를 몰아 우승에 도전한다.

 

 최승빈은 9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1·7120야드)에서 열린 ‘2025 KPGA 클래식’ 2라운드에 나선다.

 

 지난 8일 대회 첫 날에서는 이글 1개를 포함해 버디 7개를 몰아 낚아채며 13점을 획득해 리더보드 두 번째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16점을 기록한 1위 옥태훈과는 불과 3점 차다.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다.

 

 이번 대회는 KPGA투어 유일의 변형 스테이블 포드 방식으로 치러진다. 각 홀 기록에 따라 점수가 주어진다. 앨버트로스는 8점, 이글은 5점, 버디는 2점이다. 파는 0점이다. 반대로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상은 모두 -3점이 배점된다.

 

 사실 최승빈은 최악의 컨디션인 상태에서 이번 대회에 나섰다. CJ의 초청으로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더CJ컵 바이런 넬슨’에 출전했다. 생애 첫 PGA 대회 출전으로 기대감에 부풀었으나, 아쉽게 컷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었으며, PGA 진출 도전에 대한 꿈과 갈망이 더 선명해졌다는 성과를 챙겼다.

최승빈이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2025 KPGA 클래식’ 1라운드에서 세컨드 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쉴 틈이 없다. 최승빈은 더CJ컵 바이런 넬슨 일정을 마치고 지난 6일 귀국했다. 그리고 곧바로 KPGA 클래식이 열리는 제주도로 향했다. 휴식도 없이 귀국 이틀만에 제주도까지 이동하며 시차 적응도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바로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정상일리 없었다. 실제 최승빈은 쾌조의 샷 감각을 보였지만,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1라운드 중간중간 보기를 범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1라운드 종료 후 최승빈은 “사실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변명같지만, 미스샷이 많이 나왔다”며 “말도 안되는 미스샷이 한 번씩 나와서 나도 놀랐다. 다만 이후 플레이가 잘 이뤄지면서 생각보다 결과가 잘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최승빈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1번홀(파4)를 파로 막은 최승빈은 2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3점(-)이나 깎였다. 4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으며 샷 감각을 끌어올리는 듯했지만, 다시 5번홀(파4)에서 보기(-1)를 기록하면서 다시 점수가 깎였다.

 

 이러한 양상은 중반까지도 이어졌다. 7번(파3), 8번(파4)홀에서 연속 버디를 챙기며 마이너스였던 점수를 플러스로 바꿨다. 그러나 후반 첫 홀이었던 10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로 흔들렸다.

 

 흔들리는 분위기를 바꾼 것은 11번홀(파4)이었다. 버디를 낚아챈 최승빈은 이어 12번(파3), 13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기록하는 등 6점을 단숨에 얻어내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14번홀(파5)에서 정확한 샷으로 이글을 챙겼다. 5점을 단숨에 얻은 최승빈은 2위로 도약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이날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때로는 침착하게, 때로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샷으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최승빈은 “아무래도 스테이블 포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다보니 평소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무작정 공격적으로 친 것은 아니다. 코스 자체가 홀마다 때로는 안정적으로, 때로는 공격적으로 쳐야하는 상황이더라. 그래서 거기에 맞게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18번홀 플레이에서 이러한 장면이 잘 드러났다. 최승빈은 18홀 505m 파5 코스에서 파워풀한 드라이버 샷을 구사했다. 앞선 홀에서 드라이버 샷 미스가 나와 위축될 법도 했지만, 최승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하게 스윙했다. 이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으로 쏠리기는 했지만, 홀까지 166m만 남겨놓을 정도로 장타가 나왔다. 최승빈은 “너무 잘 맞아서 나도 깜짝 놀랐다”고 활짝 웃었다.

 

 또 한 번 이글 기회가 찾아왔다. 다만 세컨드샷이 조금 짧으면서 볼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이에 버디로 18번홀을 마무리했다. 최승빈은 “사실 앞선 티샷 미스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플레이를 하면서 어느 순간 ‘아 감이 왔다’ 싶을 때가 있다. 마지막 홀을 앞두고 그 타이밍적인 느낌이 왔다. 그래서 그걸 믿고 자신감 있게 쳐보자고 생각했는데, 타구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컨드 샷만 잘 들어갔어도…”라며 아쉬움의 미소를 지었다.

최승빈은 이번 대회 전까지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해왔다. KPGA 제공

 최승빈은 이날 숨겨진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최승빈은 이번 대회 직전 출전한 더CJ컵 바이런 넬슨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했다. 2년이 넘도록 긴 퍼터를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날 최승빈이 들고 나선 퍼터는 일반 말렛 퍼터였다.

 

 최승빈은 “원래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해왔는데, 갑자기 짧은 퍼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회를 하루 앞두고 퍼터를 바꾸기로 했다”며 “따로 제작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냥 후원사인 타이틀리스트 측에 얘기해 일반 퍼터를 받아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껄껄 웃었다. 

최승빈이 KPGA 클래식 대회를 하루 앞두고 기존 브룸스틱 퍼터에서 일반 말렛 퍼터로 바꿨다. SBS스포츠 중계방송 캡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날 이글을 포함해 버디 7개를 기록할 정도로 퍼터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 최승빈은 “갑자기 바꾼 퍼터지만 너무 잘 됐다”며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더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최승빈이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경기장을 찾은 어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최승빈은 제주도가 고향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서 대회장을 오가기로 했다. 최승빈은 “어버이날이라 카네이션을 드렸는데, 부모님께서 너무 기뻐하셨다. 고향에서 대회를 치르면서 어머니께서 직접 경기장에 오시기도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부모님 덕분에 힘을 낸 것 같다”며 “아직 첫 날이지만, 차분하게 이번 대회 잘 치러서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드렸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자신있게 플레이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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