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와 갈매기의 비상①] 매일이 짜릿해…순위표 뒤흔드는 한화-롯데 ‘역대급’ 약진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2025시즌 프로야구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중심에 한화와 롯데가 있다. 예전의 그들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가을야구 경험이라고는 딱 1번, 2020년대 들어 최고 순위 7위였던 쓰디쓴 지난날은 잊었다. 올 시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다. 한화와 롯데는 8일 현재 각각 1위(24승13패·승률 0.649), 3위(22승16패·승률 0.579)에 자리하고 있다. 한화가 정규리그 30경기 이상 치른 시점서 단독 1위에 자리한 것은 2007년 6월 2일 이후 약 18년 만이다. 아직 전체 레이스의 30%도 채 치르지 않은 시점이지만 긍정적 시그널이 감지된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한화와 롯데는 3월 8경기서 3승5패(승률 0.375), 2승1무5패(0.286)에 그쳤다.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빠르게 식으려던 찰나. 다른 전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4월부터 제대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나란히 월간 승률 1위를(16승8패·0.667) 작성하며 포효했다. 무엇보다 9연승에 성공(4월 26일 대전 KT전~5월 7일 대전 삼성전)한 한화는 선두까지 내달렸다. 한화가 9경기를 내리 이긴 것은 2005년(6월 4일 대전 두산전~14일 광주 KIA전) 이후 20년 만이다. 강산이 두 차례 바뀐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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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색깔이 확실하다. 한화는 탄탄한 방패를 앞세운다. 마운드, 그 가운데서도 선발진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외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에 류현진, 엄상백, 문동주까지.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선발승(19승) 1위. 계산이 서는 마운드 운용이 가능하다. 롯데는 날카로운 창이 돋보인다. 팀 타율(0.304) 1위에 빛난다. 팀 안타(330개), 득점(174점), 타점(165점), OPS(출루율+장타율·0.808) 등 세부 타격 지표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반짝 성과가 아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톱니바퀴들이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야구에 대한 애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전력보강을 위한 과감한 투자는 기본,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명장’ 김경문 한화 감독과 김태형 롯데 감독을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새 홈구장(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시대를 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패배의식을 지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선수단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상대에겐 ‘까다로운 팀’이라는 인식을 주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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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의 든든한 야구 사랑도 큰 원동력이 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만년 하위팀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야구단 운영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며 신축 구장 건립, 리모델링, 지역연고 강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했다. 구단주의 애정과 운영 철학이 결국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와 롯데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거침없는 질주에 팬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내친김에 동반 포스트시즌(PS) 진출을 꿈꾼다. 한화와 롯데가 함께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것은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9년 한화와 롯데는 한국시리즈(KS)서 맞붙었다. 당시엔 한화가 최종 승자가 됐다. 그 이후 왕좌와는 인연이 없었다. 심지어 롯데는 1992년 이후 우승 명맥이 끊겼다. 올해 다른 결말을 맺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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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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