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미쳐야죠.”
남자프로농구 SK의 통합우승 향방, 그의 손끝에 달려 있다. 2024∼2025시즌 정규리그 국내선수 최우수선수(MVP) 등극에 빛나는 포워드 안영준 얘기다. 잠깐의 부침을 딛고 일어서야 할 순간이 왔다. 챔피언결정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경기력 회복 및 반등을 약속하며 각오를 다진다.
안영준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단연 SK의 핵심 전력으로 맹활약한 바 있다. 52경기 출전, 평균 33분25초를 뛰며 14.2점 5.9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은 46.1%에 달했다. 시즌 내내 꾸준한 퍼포먼스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공수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함이 장점이다. 팀의 정규리그 1위 질주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봄농구 무대에선 그 위력이 사라졌다.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KT 상대로 치른 4경기, 평균 7.0점 5.0리바운드에 야투율은 28.1%에 그쳤다. 설상가상 시리즈를 소화하던 중 경합 과정서 선수들 머리끼리 충돌하는 등 부상 불운도 겹쳤다.
복합적인 컨디션 저하가 경기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더불어 안영준을 필두로 팀 전체 슛 감각도 흔들렸다. 정규리그 동안 44.4%를 마크했던 SK의 팀 야투율은 4강 PO에서만 38.2%에 머물렀다.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한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안영준은 “4강 PO를 돌아보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고, 팀적으로도 미흡한 게 있었다”며 “이를 보완해야 한다. 특히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가짐와 자세를 단단하게 가져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챔피언결정전엔 좋은 기억이 많다. 두 차례 무대(2017-18, 2021-22시즌)에 올라 모두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삼고자 한다. “내게 있어 3번째 챔프전을 앞두고 있다. 앞선 두 번은 모두 우승을 했다. 그런 기억도 있고, 우리 팀의 노련함을 토대로 이번에도 통합우승을 꼭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안영준은 “팀의 중심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동료들과 함께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흔히 단기전엔 이른바 ‘미친’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SK 내부에선 안영준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전희철 감독은 물론, 선수 본인도 고개를 끄덕인다. 안영준은 환하게 웃으며 “감독님께서 ‘네가 미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4강 PO 부진이 아쉬웠다. 정인덕(LG)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매치업 상대로 맞붙게 될 듯싶은데, 내가 ‘인덕션’을 끌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수장의 믿음도 두텁다. 미디어데이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전 감독이 “(안)영준이가 몸 안 좋은 데도 참고 뛰어준 게 정말 고맙다”고 전한 배경이다. 이어 “팀적으로 봐도 슛 감각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컨디션 문제에선 선수들이 다들 잘 회복해 주리라 믿는다. 잘 찾아올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감독 입장에선 그보단 어떻게 전술을 짤 것인지 (팀의 승리를 위해)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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