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포커스] 부상 악령에 무거워진 KIA의 어깨… 엄습하는 ‘우승 징크스’ 떨쳐낼까

KIA 이범호 감독이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우승만 하면 찾아오는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든다.

 

2025시즌 프로야구의 유력한 주연으로 언급됐던 팀은 디펜딩 챔피언 KIA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판도 예측에서 절대적 ‘1강’을 차지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지금, KIA의 위치는 어색하다. 15일까지 7승10패로 승률 5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승패마진을 원점으로 돌리기도 버겁다.

 

추락 제1요인은 바로 부상이다. 개막전부터 김도영이라는 굵직한 자원이 주루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떨어져 나갔다. 햄스트링 손상 정도를 의미하는 척도에서 가장 낮은 ‘그레이드1(부분손상)’ 판정을 받긴 했지만, 복귀 시계는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이달 초 경과가 좋아지면서 기술 훈련과 퓨처스 출전까지 계획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다시 제동이 걸린다. 지난 14일 부상 부위 자기공명영상(MRI) 재검진 결과에 따르면 몸 상태는 완전히 호전되지 않았다. KIA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 재활 및 치료에 전념한 후 재검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5월 초까지도 복귀전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KIA 김도영이 올해 초 치러진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KIA 곽도규가 마운드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김도영만 없는 게 아니다. 시즌 초 헐거운 타선을 이끌던 베테랑 김선빈도 종아리 내측 근육 손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상태가 좋아지고 있지만,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좌완 불펜 곽도규도 왼쪽 주관절 굴곡근 및 인대 손상으로 내측 측부인대 재건술을 받는다. 잘 알려진 ‘토미 존 서저리’다. 재활 기간만 최소 1년, 시즌 아웃 판정이 내려졌다.

 

힘겨운 항해다. 전력도 정상이 아닌데, 불길한 기운까지 광주를 감싼다. 바로 ‘우승 징크스’다. 왕조를 구가하던 해태 시절을 뒤로 하고 KIA로 새 단장한 이후, 이상하게도 우승만 하면 이듬해에 미끄러졌던 호랑이들이다.

 

2009년, KIA 간판을 걸고 첫 통합우승을 거뒀다. 그러자 2010년 5위(59승74패·승률 0.444)로 추락했다. 우승 일등공신 김상현, 에이스 윤석민 등이 부상에 허덕였다. 믿었던 외인 아킬리노 로페즈도 구위 저하와 함께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결국 타이거즈 사상 최다 16연패 치욕을 당하는 끝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이 승리를 거둔 후, 양현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암흑기를 건넌 2017년에 11번째 우승을 맛봤다. 2018년에 또 거짓말처럼 위용이 사라졌다. 전 시즌 200이닝을 넘긴 1선발 헥터 노에시의 그래프가 떨어지는 등 선발진이 모두 흔들렸다. 무너지는 수비, 김기태 전 감독의 물음표 찍힌 경기 운영 등 숱한 잡음을 지우지 못한 KIA는 그해 5위(70승74패·0.486)로 와일드카드결정전 턱걸이 진출에 그쳐야 했다.

 

우승을 이끌었던 수장들, 조범현-김기태 전 감독은 팬들의 빗발치는 원성 속에 초라하고 씁쓸한 작별을 고했다. 마치 그때처럼 이범호 KIA 감독의 2년 차 시즌도 순탄치가 않다. 우승 이후 방심과 허술했던 시즌 준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과거와 다른 엔딩을 만들 시간이 아직 충분하다는 점이다. 진짜 시험대를 마주한 KIA와 이범호 감독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