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기대를 뛰어넘는다. 말간 얼굴에 담긴 진심, 단단하고도 여린 눈빛은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속 금명과 애순, 1인 2역을 오가며 완성한 인생 연기는 아이유가 왜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배우인지를 또 한 번 증명했다.
작품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확신을 품었단다.
아이유는 “1~3부를 단숨에 읽어 내려가며 이 작품이 저에게 왔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했다. 바로 참여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고. 이어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 날씨까지도 세세하게 들어가 있었다. 상상하며 읽기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라면서 “촬영을 했던 날들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인데, 보시는 분들이 작품을 뜨겁게 사랑해주니까 진짜 행복하고, 진짜 감사한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사투리로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지난달 28일 마지막 회를 공개한 이 작품은 글로벌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비영어 TV 프로그램 1위로 꼽혔다. 아이유는 청춘의 결을 고스란히 지닌 두 인물을 그려냈다. 순정과 분노, 설렘과 아픔을 껴안은 문학소녀 애순이와, 그런 애순이 뱃속에서 나온 당찬 금명이다. 1960년대와 1990년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에 부딪히며 성장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얼굴로 표현해야 했기에 책임감이 무거웠다.

아이유는 “부담도 됐지만 도전하고픈 마음도 컸다. 10개의 걱정을 하면 20개의 준비를 했다.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고, 선배님들께도 많이 여쭤봤다. 박해준, 문소리, 박보검 다 대단한 분들이지 않나. ‘어떤 모습이 더 애순이 같아 보여요?’ 이런 식으로 계속 물어봤다”고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정성과 노력은 고스란히 결과물로 이어졌다. 명대사를 꼽아달라는 말에 “‘나 너무 좋아’로 귀결되지 않나 싶다. 애순이가 이렇게 힘든 삶과 아픈 일들을 겪으면서도 극복해내고, 나 너무 좋아라고 할 때 시청자들은 ‘애순이 좋다니까 됐다’라는 응원의 마음이 들게끔 하지 않나”라고 설명한다.
어떤 삶의 고비에도 결국 “나 너무 좋아’”라며 삶을 껴안는 씩씩한 애순. 아이유와 닮은 구석이 꽤 많다. 자신도 “인간적으로 욕심이 많다. 작품을 시청자로 보고나니 잘 산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더라”며 “욕심을 다 이룬 삶이 최고로 성공한 삶일까? 목표를 위해 느껴야 할 때 못 느끼고, 사람들과 어울려야 할때 못 어울리고, 감정을 해소하지 않는 삶을 살 때 행복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내 인생은 시집 같았어. 한장도 허투루 쓴 게 없어. 이게 내 보물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얼마나 충실한 삶일까 생각하게 됐다. 애순은 그런 면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며 웃는다.

사회적인 면에서 성공을 이뤘다. 냈다 하면 음원차트 1위, 해외 투어 콘서트, 드라마도 히트, 영화 브로커(2022)로는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큰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시작한 기부도 누적 금액이 60억 원을 넘는다. 문학소녀 애순이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을 낸다면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
한참 고민하더니 “연필을 다시 깎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아이유는 “20대부터 치열하게 살았다. 30대가 돼서는 날카로웠던 연필심이 조금 뭉툭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뭉툭한 연필심으로 쓰는 재미도 있지만, 뾰족한 연필심으로 쓰는 쾌감도 있다.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지금 시점에 나에게 전하는 다짐 같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양한 캐릭터, 동료들과의 연결 속에서 더 단단해졌다. 그는 “지금 저는 계절로 보자면 가을 같다. 수확의 계절이다. 오래 품었던 작품을 공개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수확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재정비를 하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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