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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프렌들리 호텔 ‘키녹’이 댕댕이 가족 사이에서 화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뒤 지난달까지 반 년 만에 7000마리가 넘는 반려견이 방문했다. 키녹이 위치한 경북 경주시가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반려동물 친화관광도시’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반려가족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반려견 ‘둥둥이’와 함께 키녹을 찾은 보호자는 “반려인 입장에선 감동의 연속이었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으면 생각도 못할 디테일이 많다”며 엄지를 세웠다.
◆ 금견(禁犬의) 공간이 펫호텔 변신… 5년 준비로 경쟁력↑
교원그룹이 운영하는 키녹은 보문단지에 자리 잡고 있다. 2023년만 해도 ‘스위트호텔 경주’라는 이름의, 반려동물은 출입할 수 없는 숙소였다. 그땐 규모(객실 34개) 면에서 인근 대형 호텔들과 경쟁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반려동물과 함께 먹거리도 즐길 수 있는 호텔은 보문단지를 넘어 경주 전체에서 여기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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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규 키녹 부총지배인은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해 초 시작했지만, 준비는 이미 5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룹 오너의 큰 관심 속에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왔다”며 “기존 반려동물 동반 호텔을 벤치마킹하는 동시에 우리만의 특색을 위해 다방면으로 반려문화를 공부했다.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겼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키녹은 지상 3층, 지하 2층 건물로 지상 2~3층은 객실, 1층은 로비 및 카페·레스토랑과 리테일숍, 지하는 실내 운동장과 유치원, 팝업 행사장 등이 자리했다. 야외는 펫파크로 꾸며졌다. 키녹(KINOCK)이라는 이름은 반려견이 발로 문을 두드리는(노크) 모습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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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댕댕이와 온천·수영하며 창밖으로 ‘설경’도 즐기는 객실
키녹 전 객실에는 미끄럼을 방지하는 기능성 친환경 바닥재 위로 저상형 가구가 설치됐다. 초인종 대신 초인등, 계단 대신 경사로가 준비됐고, 반려견 침대는 별도 커버가 마련됐다. 깜빡임이 없는 플리커프리 조명, 유리 대신 스테인리스 재질의 그릇이 눈에 띈다. 바닥, 벽면, 블라인드는 우드톤을 고집했고 어메니티도 친환경 제품들로 꾸렸다.
손 부총지배인은 “사람보다 민감한 강아지의 청각, 후각, 시각을 고려한 요소들이고, 관절 보호 및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디테일”이라며 “창밖을 바라보기 좋아하는 강아지들을 위해 모든 객실에 큰 창을 냈고 바로 옆에 윈도시트(Window seat)를 붙였다. 또 반려견이 뛰면서 놀기 좋도록 의자는 벽걸이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에서 와 1박2일을 머문 ‘빈츠’ 보호자는 “욕실에 강아지 샤워 시설이 따로 있고 미끄럼방지 패드도 있어 좋았다”며 “강아지를 배려하는 시설만큼이나 반려인의 편의를 위한 시설도 많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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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 객실인 시그너처룸은 타이니풀(미니 수영장)이 있어 반려견과 보호자가 날씨에 관계없이 수영·온천을 즐길 수 있다. 반려인 설문조사에서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은 것 1위에 ‘수영’이 꼽힌 것을 설계 과정에서 반영했다. 타이니풀은 욕실과 연결돼 있어 객실이 ‘물바다’가 될 일도 없다. 드라이룸도 구비돼 털도 금방 말릴 수 있다. 경주에선 이례적으로 하얀 눈이 쌓인 지난 12일 시그너처룸에 묵은 반려가족은 온천을 즐기며 창밖 설경도 만끽할 수 있었다.
◆ “넌 멍피자, 난 스테이크”… 눈 마주치며 ‘겸상’하는 스니프
키녹 인근에 또 다른 반려동물 동반 호텔이 하나 있다. 그곳과 달리 키녹에선 반려견과 ‘겸상’이 가능하다. 1층의 카페·레스토랑 ‘스니프’는 규제 샌드박스 특례 적용으로 최대 사람 100명, 반려견 15마리가 같은 공간에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이동장이나 개모차를 이용할 필요도 없고 목줄도 안 해도 된다. 소형견·중형견·대형견별로 이동식 전용 좌석이 있어서 반려가족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식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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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주변이 하얘지도록 멍푸치노를 즐긴 ‘슈가’의 보호자는 “반려견 동반 카페가 최근 많이 생겼지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대충 마시고 빨리 나가자’는 게 대부분 반려인의 심정”이라며 “여긴 강아지 전용 좌석까지 있으니 마음 놓고 편하게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도 다양하다. 멍푸치노, 멍파르페, 멍피자, 멍치킨 등 반려견을 위한 먹거리는 물론 보호자를 위한 커피, 브런치도 있다. 최근 스테이크, 파스타,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스페셜 디너’가 추가됐다. 다만 초콜릿이 들어간 음식은 구경도 할 수 없다. 강아지 건강을 해치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오영만 스니프 매니저는 “사람 음식을 만드는 것만큼 강아지 먹거리도 신경 써서 만든다. 멍푸치노는 너무 뜨겁지 않도록 유의하고, 멍파르페는 노견 등 이가 좋지 않은 친구도 잘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며 “카페 바리스타의 절반 이상이 반려인이다. 실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 펫푸드에도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 목줄 풀고 자유롭게 뛰놀자… 넓고 맑은 펫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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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평 규모의 넓은 펫파크도 키녹의 자랑거리다.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을 위한 공간이 구별돼 있어 다들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놀 수 있다. 인공 소독제가 아닌 자연기피제로 관리하는 곳이라 마음이 놓인다. 온천수가 나오는 물놀이장, 예약제의 프라이빗존도 있다.
지역 주민인 ‘하온이’ 보호자는 “키녹이 생기기 전까지 경주에 이런 곳이 없어서 포항, 울산 등 인근 지역까지 가야만 했다. 우리 도시에 이런 곳이 생겨서 기쁘다”며 “단순히 넓기만 한 게 아니라 조경도 너무 잘 되어있다. 하온이도 여러 놀이터 중 여기를 제일 좋아한다. 일주일에 1~2번은 꼭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경주로 이사왔다는 ‘라이’ 보호자는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방문했다는 리트리버 ‘이쁜이’ 보호자는 “대형견도 입장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은데 여긴 실내외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며 엄지를 세웠다. 보통 반려견 몸무게 제한이 15kg인 곳이 많은데 키녹은 45kg 대형견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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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얀 눈이 쌓인 날, 펫파크는 강아지들의 크고 작은 발자국이 가득 새겨졌다. 특히 이쁜이는 온몸으로 눈과 소통(?)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 “악천후? 오히려 좋아!” 실내 운동장&유치원&위탁소
추위를 타는 강아지들은 지하에 위치한 실내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둥둥이’도 그 중 하나. 이곳 실내 운동장은 모든 강아지가 출입문에 준비된 기저귀를 착용한 뒤 입장해야 한다. 창문이 없는 지하 실내 공간이기에 만들어진 규칙이다.
둥둥이 보호자는 “경주여행을 왔는데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놀이터가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시설이 너무 깨끗하고 냄새도 하나도 안 난다. 보통 실내 놀이터는 바닥에 대리석을 까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미끄럽지 않은 바닥재라서 좋은 것 같다. 다 놀고 나서 발을 씻길 수 있는 세족장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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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유치원과 욕실, 위탁소도 지하에 있다. 전문업체가 입점해 전문가들의 손길로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아직 경주의 주요 여행지는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보호자들은 위탁소에 강아지를 맡기고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 CCTV 달린 엘리베이터… 그 의미 아는 반려인은 ‘개감동’
곳곳에 설치된 도그후크와 배변봉투통, 강아지를 위한 전용 물컵 등 세심한 배려가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이곳에서 반려인들이 가장 크게 감동을 받는 것은 엘리베이터다. 강아지 발자국이 새겨진 대기선은 엘리베이터 문에서 두 보 이상 떨어져 있고, 버튼 옆으로 엘리베이터 내부를 담은 폐쇄회로(CC)TV가 켜져 있다. 비반려인은 대부분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의도가 무엇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반려인은 안다. 문 열린 엘리베이터의 안과 바깥에 낯선 강아지나 사람이 있으면 강아지들은 깜짝 놀라고 이에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 다소 먼 곳의 대기선과 CCTV가 그런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다. 손 총부지배인은 “많은 고객이 최고의 ‘감동 포인트’로 엘리베이터를 꼽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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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 손님 위해 초심 지키고 고집 이어가겠다!”
키녹은 지난달 설 연휴 동안 하루 평균 80마리 이상 강아지가 방문했다. 오픈 직후였던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와 비교하면 50% 이상 증가한 수치. 겨울철이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더욱 고무적인 숫자다. 손 부총지배인은 “반려동물을 위한 키녹의 세심한 배려가 반려가족들에게 점점 알려지고 있다는 뜻 아닐까”라며 “지금까지 방문한 고객을 분석했을 때 경북에서 오신 분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경기도라는 점이 놀라웠다. 최소 3시간 이상 이동해야 함에도 많이들 찾아주신다는 점에서 ‘우리가 준비를 잘 했구나’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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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유혹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특히 스니프 운영에 있어 초콜릿이 들어간 디저트를 추가하면 매출이 확 뛸 것이라는 주변의 조언이 그렇다. 하지만 강아지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손 총부지배인은 “강아지가 먹어도 되는 캐롭파우더를 활용한 댕초콜릿이라면 고민해보겠다”며 웃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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