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잘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은 지난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2024∼2025 V리그 여자부 홈경기를 마치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 시즌 끝나고 성적이랑 관계없이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이날 팀 최다 득점인 19점을 몰아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공격성공률 45.36%로 전체 2위, 총 521득점으로 전체 6위에 올라있다.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모두 1위이며, 공격 전 부문에서 독보적이다. 기록을 떠나 경기 내용 측면에서도 클러치 상황이 오면 외국인 선수가 아닌 김연경이 주 공격 루트다. 외국인 선수 투르크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흥국생명의 리그 1위를 지켜냈다.
김연경의 영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드러난다. 단적인 예가 바로 외국인 선수 피치의 이동공격이다. 흥국생명의 주요 공격 무기 중 하나다. 올 시즌 흥국생명의 이동공격 시도 총횟수는 271개로 1위다. 현대건설이 46개를, 정관장이 22개를 시도한 것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월등히 많다는 의미다.

이는 피치의 활약 덕분이다. 이동공격에서 성공률 51.90%로 3위에 올랐다. 1위 뚜이(GS칼텍스)가 60.87%, 2위 이다현(현대건설)이 54.35%다. 다만 득점, 즉 성공 횟수로 본다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뚜이는 23개를 시도해 14개를, 이다현은 46개를 시도해 25개를 성공했다. 그러나 피치는 무려 237개를 시도해 123개를 상대 코트에 꽂았다. 이처럼 피치가 시도도 성공도 월등히 높은 이유는 바로 김연경의 존재에 있다. 김연경은 “상대 블로커가 나에게 2명이 붙어있기 때문에 피치의 이동 공격에 도움이 된다”며 “피치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껄껄 웃었다. 이에 피치도 “김연경의 존재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화답했다. 그만큼 현재 V리그에서 김연경이 미치는 영향력은 최상위다.
3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에 이날 은퇴 선언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시즌 이후에도 은퇴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배구 관계자들도 “아직 1∼2년은 더 뛰어도 충분하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운동 능력이나 기량 면에서 에이징 커브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오랫동안 배구를 했다. 고민도 많았다. 지금이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제 은퇴해도 아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빨리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며 “얼마 남지 않은 시합 잘 마무리할 거고 많은 분이 와서 제 마지막 경기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소속팀 흥국생명과의 조율도 마무리된 상태이다. 구단 관계자는 “김연경 선수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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