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에서 후배들의 롤모델로. 하지만 여전히 임찬규(LG)는 겸손과 초심을 되새긴다.
임찬규는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몇몇 동료들의 손을 잡고 일주일 일찍 캠프를 시작했다. 모든 선수가 그렇듯 조금 더 나은 몸을 만들고 싶은 열망 때문. 어느덧 팀의 중심을 잡는 고참으로 거듭난 만큼 늘어난 책임감도 투영됐다.
그는 2023시즌부터 국내 선발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14승3패, 평균자책점 3.42(144⅔이닝 55자책점)의 커리어하이로 29년 만의 통합우승에 일조했다.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행사해 시장에 나갔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플루크 시즌이라는 평가절하를 받기도 했다. 4년 50억원(보장 26억원)에 LG에 잔류했을 때도, 차가운 시선은 없지 않았다.
보란 듯이 빛났다. 2024시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10승)를 달성했다. 가을야구에서는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빛나는 등,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1.11(16⅔이닝 2자책점)로 최상급 경기력을 수놓았다.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선발돼 나라를 대표해 공을 뿌렸다. 자신을 향한 모든 의심을 실력으로 지워낸 한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전을 원한다. “작년에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들을 수정해 돌아오는 캠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핵심은 역시 부상이다. 그는 “시즌 초반 부진이나 자잘한 부상이 아쉬웠다. 아무리 준비해도 닥쳐오는 게 부상이고, 그래서 많이 속상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예방에 나서야 한다. 잘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찬규는 LG팬들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1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등장해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LG를 위한 역투가 몸에 무리가 됐고, 토미 존 수술까지 이어졌다. 그를 대표하던 강속구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고, 퍼포먼스도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다.
포기는 없었다. ‘엘린이’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꿋꿋이 LG 마운드를 지켰다. 그 끝에 지금의 위상을 얻은 셈이다. 올해 구단 신년회 자리에서는 고졸 루키 김종운이 “임찬규 선배님처럼 팀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겠다”고 롤모델로 그를 꼽을 정도다.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저보다 (후배들이)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좋게 봐준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웃은 임찬규는 “꾸준하게 잘해야 한다. 다시 1년 못 하면 똑같아지는 것”이라고 경각심을 유지한다. “항상 공 하나 던지는 데 집중하며 선수생활을 해왔고, 그래서 이렇게 (최근에) 잘 될 수 있었다. 계속 그렇게 가야 한다”며 일관성을 우선순위에 올리는 중이다.
그저 후배들에게는 지금처럼 유쾌하고 따뜻한 선배로 남을 생각이다. 그는 “캠프 가면 밥 많이 사주겠다. 가면 돈도 많이 써야할 텐데, 고기 많이 사주고 어린 친구들 살 좀 많이 찔 수 있게 해줄 생각”이라고 유쾌한 미소를 띄워 보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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