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이강철·안정환·이강인…등번호 19번의 전설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이 많은 유니폼 중 하나를 두고 실랑이를 하고 있다. 등번호 7번을 갖겠다는 것이다. “내가 손흥민 할거야”를 연신 외친다. 리틀 야구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등번호 61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나는 박찬호야”, 99번을 든 친구는 “난 오른손잡이지만 류현진”이라며 활짝 웃는다.

 

이처럼 선수들의 유니폼 등번호는 그저 평범한 숫자지만, 하나의 상징과 같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그 시대의 아이콘이자 상징이었던 등번호 19의 전설을 소개한다.

 

이강철. 사진=KIA 제공

 

◆‘원조 잠수함’ 이강철

 

프로야구에서 기억 남는 등번호 19번의 주인공은 이강철 KT 감독이다. 1989년 해태(KIA 전신)에 입단해 19번을 단 그는 이강철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잠수함(언더핸드) 투수다. 프로 통산 602경기(2204⅔이닝)에서 152승112패 53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29라는 업적을 남겼다. 데뷔하자마자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고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10년 연속 150이닝은 양현종(KIA)이 올 시즌 10년 연속 170이닝을 돌파하기 전까지 깬 투수가 없을 정도로 아무도 범접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19번은 2005년을 끝으로 KIA에서 은퇴한 뒤에도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를 상징하는 등번호가 됐다. KIA에서는 신용운, 손영민 등이 19번을 달았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안정환. 사진=스포츠월드 DB

 

◆‘반지의 제왕’ 안정환

 

축구에는 안정환이 있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는 등번호 19번을 달고 출전한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이다. 당시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이 부담스러워 피하다 19번을 단 그는 월드컵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 후반 종료 4분을 남겨 놓고 골든골을 터뜨리면서 대한민국을 뜨겁게 흔들었다. 골 직후 왼손 약지 반지에 키스 세리머니를 하면서 ‘반지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일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그는 2006 독일 월드컵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짜릿한 역전골을 선물하며 기량을 뽐냈다. A매치 통산 성적은 71경기 17골. 2012년 1월 은퇴해 해설가와 방송인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2021년에는 FIFA가 선정한 등번호 19번 중 역대 최고 선수 12명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폴 포그바(프랑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강인. 사진=AP/뉴시스

 

◆‘전설로 가라!’ 이강인

 

이강인(PSG)은 프랑스 리그1에서 등 번호 19번을 달고 뛰고 있다.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 시절에도 19번을 달았던 이강인은 PSG 이적 후에도 같은 번호를 달고 있다. 축구에서 19번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많이 쓰는 번호다. 팀 내 에이스를 상징하는 10(1+9)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만큼 이강인의 비중이 팀 내에서 적지 않다는 의미다.

 

10살에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 입단하면서 유망주로 꼽힌 그는 모두의 기대대로 잘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명문구단 PSG와 이적료 2200만유로(한화 약 314억원·추정)에 5년 계약을 하면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2001년생인 그는 이제 23살밖에 안 된 젊은 공격수다. 현란한 드리블 능력과 정확한 왼발 크로스 능력으로 벌써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없어서는 차세대 에이스가 됐다. A매치 33경기에서 10골로 뛰어난 득점력도 뽐내고 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