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소녀가장은 없습니다” 우리은행과 김단비의 힘찬 발걸음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김단비가 21일 더 플라자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개막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혼자 팀을 이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2년 연속 챔피언 자리에 오른 우리은행은 올 시즌 확 달라졌다. 10명의 선수가 나갔고, 4명의 선수가 들어왔다.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목표는 여전히 우승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눈빛을 번뜩인다. 여자프로농구(WKBL) 최초 300승을 달성한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함께 주장 김단비가 이끄는 선수단을 믿고 나아간다. 위 감독과 김단비는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챔피언다운 경기를 예고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가운데)이 21일 더 플라자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개막미디어데이'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소녀 가장’은 없다

 한때 지독하게 외로웠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WKBL 무대를 밟은 김단비에겐 ‘소녀 가장’이라는 아픈 꼬리표가 붙었다. 초반에는 ‘레알신한’의 막내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2011~2012시즌 이후 10년 넘게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전주원(현 우리은행 코치), 정선민, 하은주 등 황금 멤버가 해체된 탓이었다. 김단비 홀로 남았다. 득점을 몰아쳐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코트를 누볐다.

 

 변화를 선택했다. 2022년 여름, 정들었던 신한은행의 유니폼을 벗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이적하자마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우승트로피였다.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했다. 박지현을 비롯한 주축 멤버의 활약이 있었기에 외롭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올 시즌에도 MVP다운 면모 보이는 것이 목표다. 김단비는 “MVP 출신이라는 새로운 부담감이 개인적으로 있다”며 “꼭 이겨내서 MVP다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김단비가 21일 더 플라자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개막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다시 소녀 가장의 기억이 떠오른다. 우승 멤버가 다 떠나갔기 때문에 또 외로워질 위기에 놓였다. 의지를 다잡으며 동료의 손도 같이 붙든다. 김단비는 “사실 부담감이 없었던 시즌은 한번도 없었다. 이번에 주축 선수들이 나가면서 오히려 꼭 우승해야겠다는 부담은 덜어졌다”고 말했다. 명장 위 감독의 존재도 든든하게 느껴진다. 김단비는 “감독님이 잡아주시는 부분이 있다. 그냥 감독님을 믿고 갈 생각”이라며 미소 지었다.

 

 동료들도 주장을 외롭게 놔두지 않는다. 지난 시즌부터 식스맨으로 활약한 이명관을 필두로 이적한 심성영, 박혜미, 김예진, 한엄지 등이 김단비를 꽉 붙잡는다. 그는 “동료를 믿는다. 혼자 팀을 이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선수들도 많이 좋아졌다”며 “동료가 나를 믿고 도와주듯이 나도 그들을 도와주고 믿는다. 서로 도와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김단비가 21일 더 플라자 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개막미디어데이'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다시 걷는다

 새로워진 라인업으로 출발선에 섰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단비, 박지현을 중심으로 왕조 재건을 이뤄냈다. 역사를 잇고자 하나 녹록지 않다. 우승 주역이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해외 무대로 향했고, 박혜진과 최이샘도 각각 BNK,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그럼에도 WKBL 팬들은 우리은행을 믿는다. WKBL이 새 시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팬들은 우승팀으로 우리은행을 꼽았다. 전체 516명 중 30.8%(159명)가 우리은행을 선택했다. 

 

 다시 한번 이를 꽉 깨문다.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절대 강자가 없는 리그가 된 WKBL에서 위성우 감독은 다시 한번 명장임을 입증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적생이 많다. 선수들이 조금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다. 아직 성장했다는 아니지만 현재 진행형”이라며 “지난 시즌 우승팀으로 부끄럽지 않은 경기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이적한 이명관은 “생각을 비우고 감독님을 따라가면 된다”고 이적생을 향한 꿀팁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적 선수들이 많아서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위기를 기회로 잡는 시즌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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