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탈출’ 티켓값 제대로…재난 스릴러는 극장서 봐야 ‘맛이지’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를 실현했다. 대형 스크린 특유의 현장감과 역동성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랜만에 티켓값 ‘제대로’ 하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안보실 행정관 정원(이선균)이다. 정원은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국가 안보실장의 직속 라인으로 뛰어난 정무 감각과 빠른 판단력,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 냉정하고 이성적이다. 유학 가는 딸 경민(김수안)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그. 짙은 안개로 인해 벌어진 최악의 100중 연쇄 추돌 사고를 맞닥뜨린다. 

 

아수라장이 된 바다 위 공항대교. 뒤집힌 차량 중에는 군용 차량도 있다. 사살을 명받은, 일명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실험견들.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헬기가 투입되지만 오히려 대교의 주탑 케이블을 들이받으며 추락하고 만다. 극비리 이송중이던 통제 불능의 실험견들은 차량에서 쏟아져 나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무리를 지어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개시한다. 

 

연쇄 추돌 사고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렉카 기사 조박(주지훈),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 연구원 양 박사(김희원)도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정원과 대립, 공조를 오가는 관계성으로 재미를 더하는 것.

 

여기까진 애교 수준. 헬기 잔해의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탱크로리가 폭발, 유독 가스가 유출되어 생존자들은 숨쉬기마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설상가상 공항대교는 붕괴 위기에 놓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난. 과연 정원과 공항대교 위 시민들은 실험견을 따돌리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도대체 이 위험천만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탈출은 개봉 전부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은 물론, 전 세계 140개국에 선판매 되며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았다. 

 

영화관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놀이기구를 탄 듯 흥미진진하다.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과 제작을 맡은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을 필두로 한국 영화계 최고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기생충’ 홍경표 촬영감독, 국내 최고 VFX 기술의 덱스터 스튜디오, ‘부산행’ 박주석 시나리오 작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건문 무술감독 등이 힘을 보탰다.

 

수개월에 걸친 철저한 자료조사와 무술팀의 트레이닝을 바탕으로 100% CG 캐릭터인 실험견 에코를 높은 완성도로 구현해냈고,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에 300여 대의 차량과 중장비까지 대동해 사상 최악의 재난 현장 속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김태곤 감독은 “20대 시절 목포에서 서울로 향하는 도보 여행 중 20마리의 들개에게 쫓긴 적이 있다”며 평소에 개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극한의 공포를 느낀 경험에서 착안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전체 VFX의 한 축을 차지한 실험견 에코의 디자인은 체격이 좋고 탄탄한 근육질을 가지고 있는 카네 코르소 견종을 참고했다는 후문. 여기에 군사적 목적으로 조작된 설정을 대입해 벌크업 된 몸집과 위협적인 이빨, 더 강력한 파워와 스피드를 가진 위압적인 아우라의 에코가 탄생할 수 있었다.

 

탈출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선균의 필모그래피 중 유일한 재난물이기도 한 이번 작품은 고인의 연기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스크린 속 스며든 부성애와 마지막 그의 미소는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러닝타임 96분.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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