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마황’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충분히 잘하고 있어!”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잘하고 있다는 말, 그 말이 듣고 싶었나 봐요.”

 

프로 세계는 경쟁의 연속이다. 확실한 주전급 자원들을 제외하면 매순간이 시험대다. 황성빈(롯데) 역시 마찬가지. 한 타석 한 타석 절실하게 매달린다. 악착같은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힌다. 파울을 치고도 1루를 넘어서까지 전력으로 달린다. 때때로 이런 모습은 과한 승부욕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일부 팬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상대를 자극한다기보다는, 집중하는 과정에서 나온 플레이”라고 설명했다.

 

황성빈은 소래고-경남대 출신이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4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입단 후 군 문제부터 해결했다. 1군에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2시즌이다. 102경기서 타율 0.294(320타수 94안타) 10도루 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빠른 발을 앞세워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시즌은 다소 아쉬웠다. 시즌 초반부터 손가락, 발목 등을 다쳤다. 74경기 출전에 그쳤다. 황성빈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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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르기니(황성빈+람보르기니)는 올 시즌 제대로 시동이 걸렸다. 23일 기준 23경기서 1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미 자신의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2022시즌 10개)를 채웠다. 방망이도 매서워졌다. 타율 0.345(29타수 10안타) 7타점을 기록 중이다. 대주자로 많이 기용된 만큼 표본이 큰 것은 아니지만 분명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마황(마성의 황성빈)’이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생겼다. 그만큼 출전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21일 KT와의 더블헤더는 말 그대로 인생경기였다.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세 번(1차전 2개, 2차전 1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1홈런에 그쳤던 황성빈이기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황성빈은 “세상이 지금 나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가족들이 좋아하더라. 평소 동생(황규빈)이 칭찬에 인색한 편인데,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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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코치진에게 물어보며 업그레이드시키려 애썼다. 특히 임훈 롯데 타격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황성빈이 “기회가 되면 임훈 타격코치님 인터뷰를 꼭 해 달라”고 부탁한 배경이다. 황성빈은 “코치님께서 틀을 바꿔주신 것 같다. 배트 그립을 바꾼 게 첫 번째”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을 수장이 모를 리 없다. 김태형 감독은 “묵묵히 준비하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야구장 밖에서의 황성빈은 다소 차분한 스타일이다. 모든 에너지를 경기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날카롭게 꽂히는 비난의 화살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 황성빈을 다시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팬들의 진심어린 응원이었다. 힘찬 환호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황성빈은 “나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많지 않았나. 신경이 안 쓰였다면 거짓말이다. 팬 분들의 응원 메시지가 큰 힘이 됐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등이었다. 어쩌면 정말 필요했던 말들이었던 것 같다”고 끄덕였다.

 

부산=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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