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Star] 미소로 빚은 '은빛 점프'…우상혁 "높이뛰기 즐기는 지금, 행복합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높이뛰기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소천사’다운 아름다운 웃음이다.

 

우상혁(27·용인시청)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33을 기록해 최종 2위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m15를 시작으로 2m33까지 한 번의 실패 없이 돌파했다. ‘숙명의 라이벌’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와 단 둘이 남아 금메달을 건 마지막 싸움을 펼쳤다. 2m35에 도전한 첫 시기에서 처음 바를 넘지 못했다. 바르심은 한 번에 2m35를 넘으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이어진 추가 시기에서 우상혁의 2m37, 2m39 도전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바르심도 2m37의 벽은 뚫지 못했지만, 최종 기록에 따라 메달 색이 갈렸다.

 

우상혁이 높이뛰기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믹스트존에서 만난 우상혁은 “2m33 1차 시기 돌파에 가장 집중했다. 이후 개인 최고 기록을 쓸 수 있는 2m37도 세우려고 생각을 많이 했다. 2m35를 집중해서 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앞으로 모두 넘어야 할 산들이다. 이번에 넘었으면 좋겠지만, 어찌됐든 올림픽 전까지 꼭 그 기록을 넘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바르심의 존재 그리고 라이벌 의식이 그에게는 엄청난 활력소다. 우상혁은 “바르심과 너무 재미있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실력이 늘고 있어 너무 흥미롭다. 재미있는 높이뛰기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를 마치고 난 두 명의 ‘높이뛰기 거목’은 따뜻한 포옹과 함께 서로를 향한 존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회 전부터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우정으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둘이다.

 

은메달을 차지한 우상혁이 금메달을 따낸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상혁의 개인 세 번째 아시안게임이었다. 2014 인천 대회는 2m20으로 10위를 기록했고 직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는 2m28로 중국의 왕유(2m30)에게 밀려 은메달을 땄다. 이번엔 당차게 금메달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아쉽게 닿지 못했다.

 

그는 “같은 (은)메달인데 그때(2018년)는 그냥 억지로 뛰었다. 영상 보면 ‘와 진짜 어떻게 저렇게 뛰었지’ 싶을 정도다. 당시는 강박과 압박 속에 제가 좋아하는 높이뛰기를 즐기지 못했다”며 과거를 되짚었다. 이어 “지금은 너무 여유롭다.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직 전국체전이 남았지만 올해 메이저 대회 성적은 작년보다 좋다. 올림픽이 3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준비 철저하게 해서 바르심 선수와 (잔마르코) 탐베리 선수 등 다크호스인 저를 무서워 하게 만들겠다”며 강력한 출사표를 던졌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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