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Star] ‘휴직계 내고 항저우行’ 동호인에서 은메달리스트로… 주재훈-소채원, 韓 양궁 첫 메달

소채원(왼쪽)과 주재훈이 메달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사진=허행운 기자 

 

양궁 동호인이 아시아 2위로 거듭났다.

 

한국 양궁 컴파운드 대표팀의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과 소채원(26·현대모비스)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양궁 혼성 단체 결승전에서 인도에 158-159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1점 차 석패다. 하지만 평가절하될 것은 없다. 첫 발걸음을 은빛으로 물들인 한국 양궁은 힘찬 동력을 얻게 됐다.

 

◆“퇴근 후에 활 쐈습니다”

 

주재훈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 2위에 오른 실력자지만 사실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니다. 그의 소속 한국수력원자력은 실업팀이 아닌 그의 직장이다. 대학생 때 양궁을 접해 철저한 ‘동호인’으로 살아왔다.

 

‘낭중지추’였다. 동호인 대회를 휩쓸다가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닿았다. 프로의 벽은 높았지만 5번째 도전이던 올해 최종 4위로 목표를 성취했다. 항저우 티켓까지 손에 쥐었다.

 

진천선수촌에 들어가면서 휴직계를 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무급 휴직 중이다”며 웃은 그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이렇게 휴직 처리 해주시고 국제대회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셨다. 관계자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무도 메달 딸 거라 생각 못 하셨겠지만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지역 사회 분들, 가족, 회사 관계자 분들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는 재밌는 소감도 전했다. 그가 근무하는 지역은 경북 울진이다.

 

동호인이었던 그에게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퇴근 후 2~3시간 정도 연습한다. 전혀 모자라지 않다. 슈팅 타임이 빨라 보통의 시간이 ⅓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종의 압축 훈련이다. 나름대로 많은 훈련을 했다고 느낀다”며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이어 “해외 선수들 영상을 많이 봤다. 자세와 장비 튜닝, 멘탈 관리 방법 등에서 유튜브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비결 아닌 비결도 전했다.

 

소채원(왼쪽)과 주재훈이 경기 도중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아요”

 

그와 짝을 맞춘 소채원은 한국 여자 컴파운드 에이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혼성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에도 시작을 은빛으로 물들여 호성적을 겨냥한다.

 

그는 “혼성전이라 경기력 좋은 선수들만 나와 어려운 부분이 많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 집중했는데, 주재훈 선수에 비해 많이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많이 미안하다”며 운을 뗐다.

 

고마움은 더 크다. 소채원은 “보통 전문 선수 생활을 초등학교 때 시작하는데, 저도 늦은 편이다. 고등학교 때 동아리 양궁부 선생님을 통해 처음 접하고 배웠다. ‘양궁 학교 가볼래’라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그래서 엘리트 선수들 따라잡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주)재훈 오빠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을지 생각하면 나도 많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멈출 생각은 없다. 그는 “양궁 첫 메달이자, 컴파운드 첫 메달이었다. 시작을 잘 한 것 같다”며 다가올 여자 단체전, 개인전에서의 선전도 다짐했다. 시선은 여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컴파운드 종목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크게, 멀리 보고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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