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디스이즈뉴스] 이수만, K팝 대부의 쓸쓸한 퇴장

 

박수칠 때 떠났어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 수장이었던 이수만이 가요계 퇴장 수순을 밟고 있다. 이수만은 1995년 SM을 설립한 데 이어 2008년부터는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 사이 H.O.T.와 SES 등을 배출하며 한국형 아이돌의 창시자이자 ‘K팝 대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쓸쓸하다.

 

지난주까지도 SM을 놓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인수전을 펼쳤다. 한달여 동안 진행된 해당 인수건은 폭로전까지 등장하며 진흙탕 싸움 양상을 띠었다. 결국 머니게임에서 카카오가 승기를 잡으면서 하이브가 포기하는 모양새였다. 이변이 없는 한 카카오가 SM을 손에 넣게 될 전망이다. 하이브편을 들었던 이수만은 결국 설 땅이 사라졌다.

 

이수만의 아쉬움은 컸다. 최근 열린 관훈포럼에서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이수만의 말을 전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가 SM 인수 결과에 대해 이수만의 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을 받고 “있는 그대로 드린 대로 말씀드리자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뭐 이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은 그래서 실망하셨는지 이런 걸 잘 알 수 없고 사실 실망하셨다고 해도 저처럼 한참 후배 앞에서 너무 실망스럽고 이렇게 얘기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놓고 볼 때, 이수만은 끝까지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길 바랐던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SM이 인수까지 다달은 데는 이수만의 책임이 크다. 아이돌 그룹 엑소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마이더스 손이라는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경쟁 업체들의 아이돌과 비교하면 더욱 암담한 결과물이 피부로 와닿는다. 그나마 심혈을 기울였던 메타버스 걸그룹 에스파는 데뷔 초 인기를 끌었지만 흐름이 막혔다. 어처구니 없게도 긴 공백기를 가지면서 이번 인수전의 최대 피해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어쩌면 하이브의 선택이 옳았다. 현재 SM은 ‘빈 곳간’으로 업계에서 통용된다. 강타,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이 재계약이 시점이 다가온 상태로 대거 이탈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영권 분쟁으로 수백억원을 지출했다. 이로써 하이브는 SM의 명성을 포기하는 대신 실리를 택한 것이다.

 

SM만 안 나가는 게 아니다. 현재 K팝 자체가 위기다. 모든 지표가 마이너스다. 스포티파이 인도네시아 내 K팝 점유율은 작년 대비 28% 감소했다. 동남아에서의 K팝 역성장 현상, 2021년 대비 53% 감소한 K팝의 빌보드 핫100 차트 입성 횟수, 2020년부터 감소세인 K팝 음반 수출 성장률 등이 이를 대변한다. 이로써 현재 K팝을 이끌고 있는 아이돌이 더욱 거센 성장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이제 이수만 없는 K팝에 적응해야 한다. SM 역시 이수만을 빼고 ‘넥스트 레벨’을 꿈꾸고 있다. 더이상 실패 없는 아이돌을 배출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