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이다, 벽!’
왕(King)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나폴리에서 활약 중인 중앙 수비수 김민재(26)가 맹활약하고 있다.
나폴리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열린 AC 밀란과의 2022∼2023 세리에A 7라운드에서 2-1로 승리했다. 개막 후 7경기 무패(5승2무)를 기록, 리그 단독 선두로 질주했다. 그 중심에 김민재가 있다.
◆뚫을 테면 뚫어봐
나폴리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김민재는 ‘4’에서 아미르 라흐마니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시작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홈팀 밀란은 킥오프와 동시에 나폴리를 압박했으나 김민재의 수비에 모두 막혔다. 밀란은 과거 프랑스의 주전 공격수였던 올리비에 지루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지루는 최전방에서 힘, 제공권, 연계 등 공격수로서의 강점을 두루 갖춘 선수다. 실제 전반 12분 나폴리 골대를 맞추는 등 날카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김민재를 넘지 못했다.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친 나폴리는 후반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10분 마테오 폴리타노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다.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후반 14분 지루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민재는 실점 후 다시 지루를 봉쇄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후반 32분 지오바니 시메오네가 결승골을 기록했다. 밀란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김민재의 철벽 수비에 무릎을 꿇었다.
특히 종료 직전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밀란 공격수 브라힘 디아즈가 헤더로 극적 추가골을 노렸으나 김민재의 발끝 수비에 막혔다. 그라운드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수비수이자 밀란 단장인 파올로 말디니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눈에 보인 경기력뿐 아니라 기록도 훌륭했다. 차단 4회, 리커버리 2회, 걷어내기 11회, 헤더 클리어 6회 등 여러 수비 지표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통계 전문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김민재에게 평점 7.4를 줬다. 팀 내 최고 평점이다. 1실점한 중앙 수비수에게 후한 평가를 한 이유는 그만큼 경기력이 뛰어났다는 의미다.
◆기세를 살려 대표팀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까지 웃는다. 벤투호는 같은 날 파주NFC에 소집됐다. 23일 코스타리카(고양), 27일 카메룬(서울월드컵)과의 평가전을 대비한다. 11월 개최되는 FIFA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소화하는 최종 모의고사다. 이번에 보인 경기력과 조직력이 본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몸놀림이 가볍다. 김민재는 지난 6월 A매치 당시 부상으로 결장했다. 김민재가 빠진 벤투호는 불안한 수비력에 허덕였다. 그때와 달리 김민재는 세리에A라는 큰 무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인 후 대표팀에 합류한다. 벤투 감독에겐 천군만마다.
관건은 컨디션 유지다. 김민재는 이번 밀란전으로 인해 다른 동료보다 하루 늦은 20일에 귀국한다. 귀국 후 잠깐의 휴식과 훈련을 소화한 후 곧바로 코스타리카전에 나선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이런 악재까지 이겨낸다면 월드컵 본선에서의 벤투호 수비는 보다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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