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침치료로 개선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기념하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된 영화 ‘토이스토리’의 명대사다.

 

영화 속 우주 비행사 인형으로 등장하는 ‘버즈’가 입버릇처럼 외치는 대사를 통해 누리호가 무한한 공간 너머로 순항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명대사가 다시 회자된 배경에는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도 있다. 영화는 토이스토리의 극중극 형태로 버즈의 설정을 차용한 스핀오프(외전) 작품으로서 장난감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버즈는 미확인 행성의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우주선 엔진이 고장나는 사고로 인해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실수로 인류가 고립됐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껴 탈출 임무를 맡아 시범 비행에 나선다. 하지만 연료 문제로 임무는 실패를 맞이하게 되고 그가 광속 비행을 마치고 왔을 때 행성의 시간은 4년이나 흘러버린 뒤였다. 이후로도 버즈는 비행을 계속하지만 성과 없이 수십 년을 허비하게 된다.

 

버즈는 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영원히 행성에 갇히게 될 거란 생각에 자책하던 중 동료로부터 반려 로봇 고양이 ‘삭스’를 선물 받는다. 삭스는 수년간의 비행으로 심신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해 그의 곁에서 정서 안정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비행 조종사들은 비행 사고 후 정신적 후유증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경우가 많다. 국군의무학교 연구논문에 따르면 비행사고 발생 7일 후 비행사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사고로 인해 심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가 약 28%에 달했다.

 

PTSD를 경험할 경우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된 상황에서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심한 경우 공황발작,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또한 극 중 버즈가 악몽에 시달리는 것처럼 사건이 불현듯 떠오르거나 반복적으로 꿈을 꾸기도 한다. 이같은 증상은 환자에게 큰 고통이 되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PTSD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침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침치료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교감신경을 억제해 불안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약물치료와 달리 의존성이 낮아 수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미군에서 시술되고 있는 야전침술요법의 경우 PTSD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PTSD는 대개 충격이나 공포로 인해 나타나기 때문에 소방관이나 비행사 등 일부 직종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도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만약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한 경계 및 놀람 반응을 보이는 등 정서적인 불안 증세가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정신 건강 관리에 나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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