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직관”… 4000여 팬 환호 속 MSI 결승전 성료

T1, 풀세트 접전 끝에 석패
中 RNG에 아쉽게 우승 내줘
음악 콘서트·드론 라이트쇼 등
볼거리 마련 … 홍보 효과 ‘톡톡’
동시 시청자 수 219만명 달성
MSI 결승전이 펼쳐진 부산 벡스코 제 1전시장 특설무대는 4000여명의 관중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소재로 한 e스포츠 제전 중 매년 가장 먼저 치러지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중국 대표인 RNG(로얄 네버 기브업)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올해 대회 역시 팬들의 환호와 선수들의 열정이 버무러진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번 회차는 한국에서 처음 개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그동안 한국은 우리 프로리그인 LCK(정식 명칭: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를 포함해 북미(LCS), 유럽(LEC), 중국(LPL) 등 성적이 출중한 주요 프로리그 중에서 유일하게 MSI를 유치하지 못했던 까닭에 항상 0순위로 꼽혔다. 특히 한국 e스포츠의 성지로 불리는 부산의 강력한 개최 의지와 더불어 2년 반만에 다시 팬들 눈앞에서 직접 전개된다는 사실에 그 어느 때보다 들썩였다.

MSI 2022의 여정이 지난 2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월 10일 부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한국 대표인 T1과 베트남 대표인 사이공 버팔로의 경기로 출발한 MSI는 29일 T1과 RNG의 결승전 5세트에서 RNG가 이기면서 장장 21일간의 일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중국 정부의 상하이 봉쇄 조치로 인해 RNG가 온라인으로 참가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던 이번 MSI는 2019년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약칭: 롤드컵) 이후 속개된 오프라인 유관중 대회였다. ‘한국에서 열린 최초의 MSI’라는 수식어에 우리 팬들도 적극적인 참여로 화답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올해 MSI를 주최한 부산시는 T1을 응원하기 위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드론 라이트쇼를 펼쳤다. MSI의 로고와 대회 이름이 차례로 밤하늘에 그려졌고, 특히 한국 e스포츠 역사를 상징하는 T1의 프랜차이즈 스타 ‘페이커’ 이상혁의 뒷모습 아래에 ‘페이커 이즈 커밍’(Faker Is Coming)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끝까지 함께 한 T1

MSI는 전 세계 12개 지역·권역 프로리그에서 선발된 스프링 스플릿(계절·기간을 산정하는 개념의 일종) 챔피언이 모이는 자리다. 2015년 도입 이후 늦봄이나 초여름 무렵인 5월 정도로 일정이 잡혀 있다. 매년 10월께 실시되는 ‘롤드컵’과 시기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공식 명칭에 미드(mid)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번 MSI의 경우 스프링 스플릿이 취소된 독립국가연합 소속 리그(LCL)가 나오지 못하면서 T1을 포함해 총 11개 지역 우승팀이 이름을 내걸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오랜만에 부활에 성공한 T1이 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T1은 LCK가 2015년 정규 리그와 플레이오프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전승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기세가 MSI에서도 발휘될지 관전 포인트였다.

한국 대표인 T1은 ‘페이커’ 이상혁을 주축으로 선전했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결승전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T1 선수들.

기대에 부응하듯 그룹 스테이지 A조에 속한 T1은 베트남(VCS) 대표 사이공 버팔로, 라틴 아메리카(LLA) 대표 팀 에이스, 일본(LJL) 대표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와 각각 두 번씩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조 1위로 후속 단계인 럼블 스테이지로 손쉽게 진입했다. 6개 팀이 두 번씩 맞붙는 럼블 스테이지부터는 벡스코 제 1전시장 특설무대로 옮겼다. T1은 유럽 대표 G2 e스포츠, 중국 대표 RNG, 북미 대표 이블 지니어스 등 3개 팀과 1승씩 주고 받으면서 최종 성적 7승3패, 2위로 4강에 들어갔다.

28일 G2 e스포츠와의 4강전을 1시간 17분만에 3대0으로 깔끔하게 마친 T1은 다음날 결승 무대에서 RNG를 상대로 1, 3세트를 패하고 2, 4 세트를 찾아오는 등 시소 게임을 이어갔지만 결국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016년과 2017년 MSI 우승에다, 세 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T1의 여정은 아쉽게 끝나버렸다.

역대 MSI 개최지와 우승팀

◆팬들과 손잡은 MSI

올해 MSI는 오랜만에 팬들의 ‘직관’이 현실로 되면서 일찌감치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주최 측인 라이엇 게임즈는 코로나19 방역에 확신을 갖고 모든 경기를 오프라인·유관중으로 한다고 결정했다. 소식을 접한 팬들의 반응도 달아올랐다. 그룹 스테이지부터 4강 T1과 G2 e스포츠, 결승전 T1과 RNG의 대결을 위해 마련된 매회 4000여장의 입장권은 순식간에 동이났다. 이렇게 MSI 2022를 찾은 전체 인원은 2만 명이 넘었고, 서울 종로에 위치한 롤파크, 전국 각지의 CGV 등에서 열린 뷰잉 파티에 운집한 숫자까지 합치면 관객 동원 파워는 엄청났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런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측면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4강과 결승 직전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이틀 동안 음악 콘서트 ‘리그 오브 레전드: 디 오케스트라 MSI 부산’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지닌 세계관과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부산시도 MSI 알리기에 동참했다. 거리 곳곳에 MSI를 상징하는 깃발을 걸었고 5월 14일에는 T1을 응원하기 위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드론 라이트쇼를 펼쳤다. MSI의 로고와 대회 이름이 차례로 밤하늘에 그려졌고, 한국 e스포츠 역사를 상징하는 T1의 프랜차이즈 스타 ‘페이커’ 이상혁의 뒷모습 아래에 ‘페이커 이즈 커밍’(Faker Is Coming)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MSI 결승전에서 T1과 ‘페이커’ 이상혁을 응원하는 팬들.

부산 현장에 오지 못한 팬들은 온라인으로 시청하면서 MSI를 즐겼다. e스포츠 시청 지표를 제공하는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T1과 RNG의 결승전의 최고 동시 접속자(Peak Concurrent User, PCU)는 219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MSI 중에 가장 많은 PCU 수치이고, ‘롤드컵’까지 포함하면 통산 4위에 해당한다. LCK 관계자는 “중국의 시청 지표를 합산하지 않은 만큼, 이번 MSI의 시청 지표의 최종 성과가 확정된다면 ‘역대급 MSI’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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