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도시’, 말맛 제대로 살린 명대사 톱3

후반부를 돌고 더욱 탄력받은 전개가 펼쳐지고 있는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극본 손세동/ 연출 전창근/ 제작 하이스토리디앤씨, JTBC스튜디오)에서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려는 검은 손, 성진가(家) 사람들의 명대사를 짚어봤다.

 

▲No.1 윤재희, "저 진짜 폼나게 한번 살아보고 싶거든요" / 3회 中

 

성진가에서 가장 하찮은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해가는 중인 윤재희(수애)는 처음부터 제 자리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남편 정준혁(김강우 분)이 서자라는 이유로 시어머니 서한숙(김미숙)에게는 물론 성진가 내 이방인 취급을 받았어도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 하나만큼은 굳건했던 터.

 

이어 그토록 바라던 시어머니의 신임을 얻고 승승장구하려던 찰나 윤재희는 박정호(이충주)와 스킨십을 나누는 사진으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를 조용히 힐난하는 서한숙 앞에서 윤재희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단 한 번의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이제껏 쌓아온 모든 일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던 것. 윤재희는 “저 진짜 폼나게 한번 살아보고 싶거든요”라는 말을 덧붙이며 다시 예전처럼 버러지 취급을 할 바엔 차라리 죽게 하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는 고아한 자태로 흠결 하나 없어 보이던 윤재희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절박해질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No.2 정준혁, "다른 여자들은 그냥 그런 거야. 거추장스러운 필요를 한 번 채워주고 마는 거" / 9회 中

 

정준혁은 청렴하고 우직한 스타 앵커이자 성진 그룹의 외면받은 혼외자라는 타이틀로 대중들에게 호감도 높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그의 사생활은 지나친 여성 편력으로 얼룩져 있었다. 접대를 받는 일에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가 하면 아들의 바이올린 선생님과 불륜을 저지르는 등 뻔뻔하지 그지없는 이중생활로 공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아내인 윤재희 역시 이를 알고도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구실 아래 묵인해왔던 상황. 특히 기뻐야 마땅할 결혼기념일에 남편과 다른 여자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고도 분노하고 화를 낼 새도 없이 수습에 나설 정도였다. 게다가 동영상 사건을 마무리하느라 동분서주한 윤재희를 달랜다고 “남자한텐 여잔, 자기 와이프 하나뿐이야”라며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말을 위로라고 건넸다. 여기에 “다른 여자들은 그냥 그런 거야. 거추장스러운 필요를 한 번 채워주고 마는 거”라고 정당성을 부여할 정도로 죄의식 따윈 없었다. 이렇게 겉과 속이 완벽하게 다른 정준혁의 이중적인 생활은 그의 말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몸서리쳐지게 했다.

 

▲No.3. 서한숙, "용도 폐기해야죠. 고장 난 물건. 어디 더 이상 써먹을 데도 없구" / 2회 中

 

사람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쓸모’를 따져 곁에 두는 서한숙에게 윤재희는 더더욱 그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곁에 둘 이유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윤재희가 성진가에 발붙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정준혁이 혼외자라는 것과 일생을 강직했던 판사 아버지가 딸을 위해 딱 한 번 저지른 부정으로 서한숙의 첫째 아들 정준일(김영재)이 법망에서 빠져나갔기 때문.

 

이어 서한숙은 윤재희와 동맹을 맺었던 조강현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정준혁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이때에도 두말할 필요 없이 빠른 결단력을 보였다. 동영상을 어떻게 해결할지 던져놓곤 애초에 윤재희가 만족스러운 답을 가져올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듯 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용도 폐기해야죠. 고장 난 물건. 어디 더 이상 써먹을 데도 없구”라고 단칼에 정리 의사를 밝혔다. 용도 폐기, 고장 난 물건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서한숙의 냉정한 면모를 제대로 실감케 했다.

 

이렇듯 성진가의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닌 언어 자체에 인물의 욕망, 의도를 대변한다. 곱씹을수록 또 다른 의미가 발견되는 이들의 말들은 ‘공작도시’를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한편,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는 26일 밤 10시 30분 15회로 찾아온다.

 

현정민 기자 mine0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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