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의 구웅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했다. 유미의 감정, 구웅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설전을 벌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유미의 세포들’, 그리고 배우 안보현을 향한 관심의 방증이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티빙 ‘유미의 세포들’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평범한 유미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다. 극 중 안보현은 알고리즘 사고 회로로 움직이는 게임 개발자 구웅을 연기했다. 감성 화법은 부재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솔직 담백하게 고백할 수 있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첫 로코를 성공적으로 마친 안보현은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유미의 세포들’ 종영 인터뷰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안보현은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조합한 첫 드라마여서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이 한 작품이다. 처음 맡는 남자 주인공으로서 시청자분들께 어떻게 보일 지 걱정도 많았다”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안보현이 아닌 구웅으로 바라봐 주셔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든 나의 대표작이 된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구웅은 유미의 프라임세포인 사랑 세포를 되살린 시즌1의 주인공이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는 그는 “시작이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걱정이 값지게 돌아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안보현표 구웅은 첫 방송 전부터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달궜다. 유출된 촬영 장면 사진에서 압도적인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구웅화 된 안보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는 “똑같은 티셔츠, 똑같은 머리로 따라 하기만 했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었다”고 당시의 걱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반전 반응에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출돼 큰일이란 생각을 했지만 걱정했던 것들이 되레 힘이 되어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구웅화’ 하는데 더 도움을 받은 에피소드가 됐다.
드라마 속 구웅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노력도 많았다. 유명 원작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었지만, 감독은 ‘짧은 머리를 해도 된다’며 걱정을 덜어줬다. 하지만 그는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싱크로율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노력해서 ‘만화를 찢고 나온’ 느낌을 전달하고 싶기도 했다는 그다.
“저는 머릿발이 강력한 사람이에요. 처음엔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머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신이 되니까 지금은 오히려 좋아요. 턱수염도 도전해봤는데 안 어울리더라고요. (웃음) 머리를 성격상 기를 수가 없어요. 구웅의 머리는 제 머리 반, 가발 반 해서 완성했죠. 긴 머리 여성분들을 ‘리스펙’하게 됐어요. 머리를 감고 기르고 말리는 자체가 놀랍더라고요. 잠깐 경험해봤지만 다시 못할 것 같아요.”
유미에게 첫눈에 반한 구웅의 ‘뭐야, 예쁘잖아?’라는 속마음이 시청자에게 들려왔다. 안보현은 “외적인 모습에 반했지만, 생각해보면 유미에게 모성애가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누군가의 보살핌 없이 홀로 살아온,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창업한 야망 있는 구웅이 유미를 만나면서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으리라 생각했다. 열정을 가지고 일에만 매달리던 구웅이 유미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거다. 반면 그가 생각한 이별의 이유는 복잡했다.
“자존심이긴 했죠. 자존심으로 인한 깨우침도 있었고요. 공감되는 것 중 하나는 여자친구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에요. 아내가 될 사람을 궁핍하게 살게 한다면 심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그저 자존심을 세우려고만 했으면 싫었을 텐데, 열린 결말처럼 엔딩이 그려진 걸 보면 시청자가 (이별의 이유를) 판단하게 만들어주신 것 같기도 해요. ”
‘유미의 세포들’의 새로운 회차가 공개되면 구웅을 향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여사친 서새이와의 관계부터 유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구웅의 여러 가지 행동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시청자들이 유미의 세포 중 일부가 되어 공감했고, 동시에 구웅을 탓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저도 구웅의 행동을 보며 답답했어요. 이렇게까지 답답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여자친구에게 ‘ㅇㅇ’ 두 갤 보내는 건 매너가 아니잖아요. 소개팅에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것도요.(웃음) 싫었지만,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죠. 유자청 거짓말도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선의의 거짓말이 아닌데, 나중에 들통날 거짓말을 왜 하지 생각했죠. 구웅을 욕먹게 하기 위한 장치 같아요. 새이의 잘못된 행동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싫었죠. 새이의 잘못도 있겠지만, 선을 긋지 못한 웅이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요.”
반면 구웅의 행동 중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자신의 고민, 아픔을 공유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안보현은 “자존심 때문이 아니다. 아픔을 공유한다고 절반이 되지 않으니까. 나도 말하지 않는 편이다. 괜히 신경 쓰게 만들고, 같이 힘들어질 것 같다. 나만 힘들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FN엔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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