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의 톡톡톡] 신안 1004도

 

 

그리스 국기의 파란색과 하얀색으로만 가득한 섬, 산토리니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태극의 적과 청을 섞은 보랏빛으로 가득한 섬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우리나라의 남서쪽 끝자락, 한반도를 호랑이의 모습으로 형상화했을 경우 호랑이 뒷발이 있는 위치 정도에 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이 있습니다. 이 신안군의 수많은 섬 중에 과거에 제일 유명했던 곳은 흑산도였습니다. 올 초엔 이곳을 배경으로 한 ‘자산어보’란 영화도 제가 톡톡톡에서 소개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유명세가 다른 섬으로 이사하였더군요. 포털에서 신안 가볼 만한 곳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천사대교와 퍼플섬이니 말입니다.  

 

신안군은 실제 섬의 개수가 천개보다 훨씬 많아도 부르기 쉽게 사우전드 제도(Thousand Islands)라고 명명한 북아메리카 지명에서 착안해서, 일단 섬의 개수를 1004개로, 천사도란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신안의 상징은 숫자 1004이고요, 신안에 오면 마치 천사, 엔젤을 만나러 오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게 세팅한 것이죠. 그래서 탄생한 다리의 이름이 천사대교. 이 다리를 건너면 안좌도를 포함한 6개의 섬으로 건너갈 수 있는데요. 그 안좌도에서 연결된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가 바로 요즘 신안군에서 가장 유명한 퍼플섬입니다. 처음에는 섬에 가득 피어있는 보라색 꽃에서 ‘퍼플’ 아이디어가 출발이 되었다는데요. 어느새 보라색이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컬러로 떠오르면서 퍼플섬은 아미들의 성지가 되어 전 세계에서 보러오고 싶어 하는 섬이 되었다고 합니다. 산토리니의 코발트블루 지붕처럼, 퍼플섬에는 보라 지붕이 있고요, 건너는 다리도 보라, 파라솔도 보라, 셔틀 차량도 보라, 정말 모든 것이 보라 세상이었습니다. 게다가 보랏빛을 하나라도 착용하고 있다면 무료입장이다 보니 보랏빛 방문객들도 ‘허벌라게’ 많더군요.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보라색을 하루에 본 것 같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팽나무 10리 숲길을 조성하고 수국공원을 만든 도초도, 각각 다르게 생긴 12개의 예배당에 12사도의 이름을 붙여서 따라 걷는 12km의 섬티아고(순례자의 섬), 그 외 수선화의 섬, 맨드라미의 섬, 튤립, 홍매화 등등 아름다운 자연에 문화 예술을 더해서 신안에 가보고 싶은 곳이 진짜 많아졌더라고요. 거기다가 신안 자전거길도 있던데 내년엔 꼭 꽃들과 함께 달려봐야겠습니다.

 

배우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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