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시장 잡으면 대박” … 기업간 경쟁 치열

균주 확보하면 대량 생산 가능
높은 수익성에 너도나도 참여
균주 문제로 발 빼는 기업도

[정희원 기자]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의 원료) 시장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메디톡스·휴젤·대웅제약 등 업계 터줏대감들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보톡스 대박’을 꿈꾸고 있다. ‘보톡스’는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치료 목적으로 처음 선보인 앨러간 사의 제품명이 보통명사화된 것이다.

한국은 보툴리눔톡신 강국이다. 11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보툴리눔톡신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에 있다. 보툴리눔톡신 제제에는 1ng(나노그람, 10억분의 1g) 수준의 균주가 들어 있다. 균주만 확보하면 극미량의 균주로 제품을 지속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안티에이징 수요가 높아지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실제 2019년 발표된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마켓 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해당 시장은 연평균 13%씩 성장하는 추세다. 2025년에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만 107억 달러(약 12조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4개 기업만 상용화… 한국은 20개 기업 ‘대기중’

보툴리눔톡신을 다루거나, 다루려는 기업은 유독 한국에 몰려 있다. 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이를 상용화한 곳은 ▲보툴리눔톡신을 치료 목적으로 처음 상용화한 미국의 앨러간(제품명 보톡스) ▲프랑스 입센(비스포트) ▲중국 란주연구소(BTX-A) ▲독일 멀츠에스테틱(제오민) 등 4개국 4개사에 그친다.

우리나라에는 해외 전체 기업보다 많은 5개 기업이 보툴리눔톡신을 다루고 있다.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휴온스, 종근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해당 시장에 진출할 것을 밝힌 곳까지 포함하면 약 20곳에 달한다.

◆한국 ‘보톡스 강국’ 비결은

현재 보툴리눔톡신을 다루는 기업은 국내를 제외하고는 단 4곳으로, 진출이 쉬운 분야는 결코 아니다. 유독 국내 기업이 해당 분야에 많이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에 비해 진입이 수월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19년까지는 허가가 아닌 신고를 통해 균주를 다룰 수 있었다. 보툴리눔톡신을 다루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밀히 관리하는 부처의 영역도 애매했다.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했던 셈이다.

물론 보툴리눔톡신 사업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보툴리눔톡신은 잘못 다루면 1g만으로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개발에 앞서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연구인력을 확보한 곳에서 상용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메디톡스-대웅 소송 그 후… 조금 늦엇지만 칼 빼든 질병청

미국에서까지 소송에 나섰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이슈’도 이같은 문제에서 비롯됐다.

메디톡스는 ITC 최종 판결에서 승소, 합의를 통해 에볼루스의 지분 676만2642주를 취득한 바 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공여받은 균주를 확보했다고 밝힌 메디톡스는 이전부터 다른 기업들에도 균주 출처를 명확히 밝히자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이에 응하지 않았다.

현재 보툴리눔톡신 제품 시판 및 임상 중인 국내 10여개 업체는 대체로 균주 발견자 및 기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최초 신고 당시 균주 발견 장소를 수차례 바꾸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다루는 기업들이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용히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도 나왔다. 지난해 보톡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오스템임플란트는 보툴리눔톡신 제품 상표 등록까지 마쳤지만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밖에서 봤을 때 보툴리눔톡신 사업은 매력적”이라며 “바이오 열풍과 높은 영업이익 등만 보고 수많은 기업이 뛰어들었는데, 균주 문제·생산 및 관리 과정·강화되는 규제 등 예상치 못한 장벽에 사업에서 발을 빼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균주 이슈가 지속되자 질병청과 정부는 점점 커지는 논란에 대응하겠다며 뒤늦게나마 칼을 빼들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말 보툴리눔톡신에 대한 전수조사를 본격화하고, 지난 6월 균주 불법 취득·허위 분리신고 사례를 적발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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