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6타수 0안타 3삼진… 강백호의 빅스윙

“속으로 ‘쫄지 말고 그냥 대충 쏴’라고 되뇌었다.”

 

한국 하계 올림픽 사상 최초 3관왕에 오른 여자 양궁 안산(20)의 루틴은 ‘쫄지 말고 대충 쏴’라는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멘트 자체만 두고 보면 무성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욕심을 버리고, 냉정해지자는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한국 양궁에 쏟아지는 기대는 선수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심리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할 정도로 압박감이 크다. 하지만 여기서 ‘10점을 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순간 몸은 흔들리고, 화살은 빗나가게 마련이다. 심리적 동요에 따른 몸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겠다는 개념이다. 국제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심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한국 야구의 국가대표 4번 타자 강백호도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욕심’이 보인다. 이 욕심이 스윙을 크게 만들었고, 그 스윙은 전혀 공을 맞히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강백호가 오프닝라운드 1차전 이스라엘전, 2차전 미국전에서 거둔 결과는 6타수 무안타 3삼진이었다.

 

물론 심리적 압박이 크다. 올림픽이라는 메가이벤트 무대에서 대표팀 중심인 4번 타자의 역할은 22세의 젊은 타자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크다. 하지만 강백호가 1, 2차전에서 보여준 스윙 자체는 부담이기보다 욕심에 더 가깝다.

 

우선 상대 투수의 투구에 타이밍을 전혀 맞히지 못하고 있다. 강백호는 1, 2차전 모든 타석에서 외야로 향한 타구가 없었다. 그라운드 안으로 타구 가운데 가장 멀리 뻗은 타구는 1차전 첫 타석에서 기록한 유격수 뜬공이었다. 이후 2루수 땅볼, 삼진이 전부다. 파울 타구 역시 3루 관중석으로 향하는 뜬공이나 1루 바깥쪽으로 가는 땅볼이 대부분이다. 즉 히팅 타이밍이 직구에는 늦고, 변화구에는 빠르다는 의미다.

 

물론 이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의 타격 타이밍을 찾아가면 된다. 그런데 강백호는 시종일관 큰 스윙으로 일관하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백호의 타격 강점은 요약하면, 스윙 궤적이 간결하면서 팔로우스루가 길어 반발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레그 킥을 하는 오른쪽 무릎이 열리지 않아 힘을 잘 전달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 강백호의 헛스윙 장면을 살펴보면 스윙 궤적이 크고, 오른 무릎이 열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스윙시 지속해서 헤드업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볼에 방망이가 나간다. 강백호가 1, 2차전 세 차례 삼진 중 2번이나 높은 쪽 볼에 방망이가 나갔다. 헛스윙 장면 대부분 높은 공이다. 특히나 이스라엘전 7회가 결정적이었다. 2-4에서 이정후, 김현수의 연속홈런으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강백호는 3B1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높은 직구와 변화구에 모두 헛스윙에 삼진을 당했다. 진루가 절실한 상황에서 볼에 큰 스윙으로 대응하며 분위기를 한 템포 죽였다. 이후 오재일의 2루타와 오지환의 적시타가 터져 1득점을 더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백호의 삼진은 더 아쉽다.

 

현장에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승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최고의 타자였던 이승엽은 극도로 부진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의 홈런으로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현재의 강백호는 결이 다르다. 당시 이승엽은 부진 속에서도 자기 스윙을 철저하게 가져갔고, 홈런보다는 타격 타이밍을 맞추고 팀을 위한 진루에 더 집중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 홈런도 정확한 타이밍과 히팅 포인트로 만들어낸 이승엽 특유의 홈런이었다. 장타를 위한 큰 스윙이 아니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빠른 공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강백호는 맞춘다는 기분으로 타격을 해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라며 “큰 스윙으로 일관하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타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뉴시스

캡처= KBS, SBS 중계방송 화면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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