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스타] 위기의 한국을 구해내는 것은 역시 ‘캡틴’ SON

 

[스포츠월드=고양 김진엽 기자]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 주전 공격수 손흥민(29·토트넘홋스퍼)이 이름값을 제대로 해줬다. 결승골로 위기에 빠진 대표팀에 승점 3을 선물했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3일 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6차전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16를 기록하며 조 1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벤투호는 지난 9일 스리랑카전에서 5-0 대승을 거두면서 사실상 최종 예선행을 확정했다. 2위 레바논보다 골득실에서 16점이나 앞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최종 예선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벤투 감독은 안방 3연전인 2차 예선을 전승으로 마치겠다며 이번 레바논전에 손흥민, 황의조 등 스리랑카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최정예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선제골은 레바논의 몫이었다. 한국 수비 진영에서 나온 실수를 레바논 공격수 사드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승부의 균형을 깼다. 이후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약한 몸싸움에도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 누워 시간을 끄는 행위)로 동점골이 급한 벤투호를 심리적으로 괴롭혔다.

 

 최종 예선으로 가는 데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강호’를 자처하는 한국으로서는 2차 예선 패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을 향한 불신의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었다.

 

 다행히 후반전에 분위기를 반전했다. 벤투호가 흐름을 가져오는 데는 역시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있었다. 후반 5분 손흥민이 코너킥을 찼고 공격수 송민규(22·포항스틸러스)의 머리에 닿았다. 이는 송민규 머리를 지나 마헤르 사브라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동점골을 넣은 손흥민은 역전 결승골까지 넣었다. 후반 20분 역습 상황에서 특유의 드리블로 공을 한국 진영에서 레바논 진영까지 빠르게 끌고 넘어왔다. 그리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남태희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이후 남태희가 드리블하며 페널티킥을 유도해냈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하는 부담감이 따랐지만 손흥민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귀중한 결승골이자 손흥민 개인에게는 20개월 만에 터진 A매치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2019년 10월 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치른 스리랑카전 2차 예선 이후 득점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공백 기간이 길어지긴 했으나 경기 수로 계산해도 6경기 동안 골맛을 못 봤다. 다행히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손흥민이 빛났다.

 

 

 득점 세리머니로도 주장의 위용을 뽐낸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득점 후 특유의 카메라 세리머니를 한 뒤 중계 카메라를 향하 손가락으로 ‘23’를 만들었다. 이는 같은 날 새벽 유로 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옛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29·인터밀란)을 향해 응원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손흥민과 에릭센은 과거 토트넘에서 전성기를 이끌었던 동료다. 다행히 에릭센은 현재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결정적인 득점과 의미 있는 세리머니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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