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벤치만…양현종의 6월이 더디다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기다리다, 기다리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에겐 6월이 참으로 더디다.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기회가 다시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10일(이하 한국시간)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텍사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치렀다. 11회 연장까지 가는 기나긴 승부가 펼쳐졌다. 선발 카일 깁슨(6이닝 2실점)을 비롯해 4명의 투수가 마운드를 밟았지만 양현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팀은 브록 홀트의 끝내기 적시타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벌써 열흘째 개점휴업이다. 양현종의 등판일지는 5월을 끝으로 멈춰있다. 3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이 마지막이다. 당시 3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으나 출격 사인이 나지 않는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너무 긴 공백은 경기감각 차원에서 좋지 않다. 메이저리그(MLB) 입성 후 10일 연속 결장은 처음이다. 베테랑이라고 해도 루틴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보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양현종은 롱릴리프 역할을 맡고 있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진 경우 멀티이닝을 책임진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도 “불펜에서 긴 이닝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현종은 올 시즌 중간계투로 나선 3경기에서 모두 4이닝 이상씩을 던졌다. 다만 6월 들어선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이 없었다. 경기 중반까지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는 일이 많아 이닝이터 대신 다른 쪽에 시선을 둔 듯하다.

 

심지어 텍사스는 리빌딩 과정에 있다. 장기적 차원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것으로도 보인다. 양현종이 보직을 선발에서 불펜으로 바꿀 당시 우드워드 감독은 “양현종이 못 던져서가 아니라 콜비 알라드를 선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알라드는 올 시즌 12경기(선발 2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3.41을 마크 중이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선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올해 빅리그 무대에 첫 발을 내딘 양현종은 7경기(선발 4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20을 마크했다. 입지가 자꾸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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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양현종이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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