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대장 곰’의 조용한 외침 “4번타자는 부담 가질 수밖에”

[스포츠월드=잠실 전영민 기자] 개막 일주일이 막 지난 시점 벌써 홈런이 두 개다. 4번타자다운 수치인데 김태형 두산 감독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세부지표가 아이러니하다. 여덟 경기에서 무안타만 4차례. 그나마 안타를 쳐낸 4경기도 멀티히트는 없다. 총 4안타 중 홈런이 두 개. 좋으면서도 좋지 않은 결과물에 난감하다. 그래서 김태형 감독도 “좋다고는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김재환(33)은 두산의 자타공인 붙박이 4번타자다. 팀에서 가장 많이 네 번째 타순에 배치됐고, 2018시즌에는 44홈런을 쳤다. 해마다 자유계약(FA)으로 팀을 이탈한 자원들이 함께 할 때도 4번은 김재환의 몫, 모두를 떠나보낸 지금도 김재환의 자리는 불변이다. 올해 팀 내 비FA 최고 연봉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태형 감독이 가장 믿고 낼 수 있는 카드가 바로 김재환이다.

 

 그런데 흐름이 이상하다. 개막 후 8경기에서 타율이 0.160(25타수 4안타)까지 하락했다. 홈런이 두 개인 것은 그나마 다행인데 나머지가 단타다. 13일 KT전서 쳐낸 3루타도 중견수 배정대가 보수적인 수비를 펼쳤다면 단타였다. 안타가 없으니 흡사 ‘맞으면 넘어간다’라는 공갈포의 느낌마저 든다. 해마다 근접했던 평균치에 수렴하지 못하자 김 감독도 내심 답답하다. 그래서 김 감독도 “재환이가 지금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나 타이밍이 좋지 않다. 안타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재환의 타석에서 장타만 생산하는 게 꼭 좋지는 않다는 의미다.

 붙박이 4번타자로만 지난 2016년부터 벌써 6시즌 째다. 갑작스럽게 부담감이나 중압감을 언급할 시기는 지났다. 국내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여파라 지적하기에도 모순이 많다. 결국 김 감독의 답은 똑같다. 김재환이 더 잘 알 것이라는 것. 지난 몇 년의 경험에서 답을 찾으라는 뜻이다. 김 감독은 “4번타자인 재환이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초반에도 말했지만 4번타자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슬쩍 힌트도 던졌다. 김 감독은 “본인이 조금 더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김재환의 타격 타이밍과 컨디션이 모두 심리적인 부분에서 기인한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김재환의 가벼운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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