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에 효과적인 한방처방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치매는 기억을 뒤섞이게 만들어 평온한 일상에 균열을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가족과 집, 심지어는 본인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진다.

최근 개봉한 영화 ‘더 파더’는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분)’에게 기억의 혼란이 찾아오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는 이야기다.

안소니는 런던에 있는 근사한 아파트에서 클래식 음악과 위스키를 즐기며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를 보살피기 위해 딸 ‘앤(올리비아 콜맨 분)’이 간병인들을 고용했지만, 안소니는 그들을 아직 창창한 자신의 앞길에 불필요한 존재로 느낀다. 오히려 자신의 손목시계가 자꾸 사라지는 것 같아 간병인들을 의심하기도 한다.

자생한방병원장

어느 날, 앤이 애인이 있는 파리로 떠난다고 얘기한 뒤 안소니의 기억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딸은 자신을 런던에 홀로 남겨두고 새로운 애인과 파리로 가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낯선 남자는 자신이 앤의 남편이라고 말한다.

뒤이어 등장한 딸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안소니는 지금이 몇 시인지, 이곳이 자신의 집인지 모든 것이 모호해진다.

영화는 치매 환자의 시선으로 환자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그린다. ‘기억 장애’ 뿐만 아니라 시계를 찾지 못해 잃어버리는 ‘공간지각 장애’, 평소 입던 스웨터의 착용 방법을 잊어버리는 ‘실행증’,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실인증’ 등 전형적인 치매 초기 증상을 치밀하게 보여준다.

이같은 위태로움은 관객에게 긴장감과 공포심마저 전달한다. 강인했던 아버지 안소니가 끝내 고통을 호소할 때, 관객도 함께 무너져 내리며 나이듦과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치매는 뇌졸중, 파킨슨병과 함께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꼽힌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79만4280명에 달한다. 특히 빠른 고령화 속도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가 매년 증가함에 따라 치매 환자 유병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치매 환자 유병률은 9.54%로 나타났으나 2019년 10.29%로 집계됐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로 고통받는 셈이다.

현재까지 완전한 치료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지속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치매 증상을 완화하고 급속한 진행을 억제한다. 한의에서는 노화로 인해 심신이 허해지고 기력과 정신이 약해지는 경우에서 치매의 원인을 찾는다.

이에 따라 한의 치매 치료는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른 침·약침 치료와 한약 처방을 실시해 뇌와 오장육부를 활성화하고 전신의 신경과 혈관들이 원활히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주력한다.

한의 치매 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인 연구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유발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전기 침 치료를 시행한 결과, 침 치료를 받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학습 능력,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29% 향상됐다.

공진단에 육미지황탕의 처방을 더한 육공단도 치매 치료에 효과가 밝혀졌다. 2004년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 의과대학(UCI)이 공동 연구를 통해 육공단의 치매 예방 및 뇌 기능 강화 효능을 밝힌 바 있다.

치매는 환자 본인과 가족, 주변인들까지 함께 이겨내야 하는 질환이다. 치매를 피할 수 없다면 환자를 어떻게 돌보는 게 맞는지, 이들을 우리 삶에서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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