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美 투자 압박… 삼성전자 해법 ‘골머리’

반도체 대란 영향 최소화 대책 추진 / 미국 내 생산공장 증설 요청할 듯 / 삼성, 스마트폰 경영전략 대수술 / LG폰 철수 이후 긴장의 끈 ‘바짝’

[한준호 기자] 삼성전자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M부문에 대한 경영진단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지시각으로 오는 12일 열리는 미국 백악관 주도 반도체 긴급대책회의에는 화상 참여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현지에 새롭게 생산공장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를 받는 반도체 기업이 됐다. 스마트폰 업계의 재편에 따라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상황에 이르렀다. 세계적으로 애플 아이폰이라는 강자에 이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추격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전성기를 이끌던 주력 분야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근본적인 혁신과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15라인 전경. 세계일보DB

◆반도체 업계 변화, 삼성전자의 선택은?

현재 반도체 업계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면서 생산을 줄였고 이로 인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2021년 들어 갑자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소비가 확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서 반도체 수요가 상당히 높은데 이를 따라가지 못해 대란이 벌어졌다. 급기야 공장까지 멈추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이로 인한 경제 안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을 현지에서 확대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 회의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인 인텔·글로벌 파운드리 등과 함께 자동차 기업 지엠(GM) 등 10개 기업이 참석한다.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도 함께 호출을 받았다. 결국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미국 정부가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공장 철수까지도 요청할 수 있어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결은 여전하다. 이에 삼성전자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고 의사 결정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서 사실상 경영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성윤모 장관 주재로 ‘반도체 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연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자리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며,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대에 대한 세액 공제 등 정부의 정책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갤럭시 팬큐레이터가 예비 신혼부부를 위해 '셀프 웨딩 기록법'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요동치는 스마트폰 업계, 더욱 휘몰아쳐라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으면서 삼성전자도 내부에서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 산하 무선사업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경영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철수 결정 이후 삼성전자가 국내와 해외에서 좋은 기회를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져 나왔지만 오히려 긴장의 끈을 바싹 조이고 있는 셈이다.

일단, 삼성전자 갤럭시 S시리즈는 애플 아이폰과의 격차를 줄이긴 했지만 아직 차이가 있다. 여기에 중국 중저가 폰이 안방시장에 상륙하면서 점차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중국 중저가 폰의 위력을 실감한 터라 방심할 수 없다.

또한 2020년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고 있는 IM(무선사업부)부문 매출이 99조5875억원으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지 못했다. 이러한 위기의식까지 겹치면서 주력 고가폰은 폴더블폰과 갤럭시 S시리즈로, 중저가폰은 갤럭시 A시리즈로 휘몰아치는 전략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분야는 자칫 방심하면 1위에서 멀어진다”며 “여기에 애플 아이폰과 비교하면 충성스러운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로서는 위기의식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ongil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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