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의 연예It수다] 윤여정처럼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최근 인터넷에서 ‘윤며든다’라는 말이 있다. ‘윤여정에게 스며든다’의 준말인데, 그가 세대를 초월한 사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여정은 그 자체로 아트(Art)다. 윤여정의 족적을 돌아보면 그렇다. 그의 인생과 어록은 ‘예술’이라는 말 외에 마땅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탈(脫)권위에서 오는 솔직함과 과감함, 배려와 현명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영화·드라마·예능을 종횡무진 오가며 광고와 화보 요청이 들어오는 사람. 윤여정은 분명 한국 연예계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는 배우이자 어른이다. 

 

 최근 윤여정의 수상 릴레이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이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서른여섯 번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미나리’(정이삭 감독)로만 무려 서른여섯 번째.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캐스팅상을 수상했지만 아시아 배우 개인이 미국배우조합상의 영화 부문에서 수상한 건 윤여정이 최초다.

 

 영화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이주기를 담은 영화. 윤여정은 극중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외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개성 넘치는 할머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쿠키를 구울 줄도 모르고, 손자에게 화투를 가르치고, 한국식 욕을 곧잘 하는 귀엽고 쿨한 인물이다. 미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런 순자를 두고 ‘비전통적 할머니’라고 평가했다. ‘비전통적 할머니’. 이 얼마나 윤여정을 설명하기 알맞은 말인가.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윤여정과 나눈 화상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윤여정은 197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 이혼 후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13년 만에 돌아온 연예계에서의 생활을 담담하게 풀어놓으며 “한 때 작은 역할만 들어와서 괴로워했고 사람들도 대부분 나를 싫어했다.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이렇게 살아남았고, 연기를 즐기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솔직하고 겸손하지만 당당하고 품위가 있다. 있는 척, 있어 보이는 척 하지 않는다. 중장년을 넘어 2030세대가 윤여정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윤여정처럼’ 생각하고 말하려면 얼마나 많은 내공이 필요할까. 

 

“내 마음대로 하는 환경에서 일하면 괴물이 될 수 있어. 그게 매너리즘이지. 그런 환경에서 일하면 내가 발전할 수 없을 거야”(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나이 60이 돼도 인생은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도 67살이 처음이야”(tvN ‘꽃보다 누나’),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들어야죠.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살아온 경험 때문에 많이 오염됐어요. 이 나이에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되죠”(언론매체 인터뷰) 등. ‘비전통적 할머니’의 발언은 어쩐지 윤여정의 연기를 닮아있다. 전형성을 벗어나 늘 새로움을 보여주는 배우, 바로 윤여정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배우조합상은 세계 최대 배우 노조인 미국배우조합 스크린액터스길드(SAG)에서 주최하는 시상식. 미국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과 함께 미국 4대 조합상으로 꼽힌다. 이로써 윤여정은 25일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가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과 SAG 조합원 상당수가 겹치기 때문. 아카데미 회원 8000여 명 중 약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들 대부분은 SAG 회원이다.

 

 75세에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윤여정.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는 ‘K-할머니’의 저력은 아카데미에서도 통할까. 2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울려퍼질 ‘윤여정표’ 수상 소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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