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필승조 재편…‘9억팔’이 흔드는 구상

[스포츠월드=고척돔 전영민 기자] 마무리 투수 보직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엄청 매력적이지만 유혹하지 말라”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명확하게 선을 긋지도 않고 여지를 남겼다. 고졸 특급 투수 장재영(19)이 벌써 홍원기 키움 감독의 마음을 훔쳤다.

 

 장재영은 2021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장정석 전 감독의 아들이자 150㎞를 상화하는 속구를 뿌리는 그에게 걸린 기대치는 상당하다. 계약금만 9억원. 지난 2006년 한기주(전 KIA)의 10억원 이후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6일 고척 KIA전서 데뷔전을 치렀고,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단추를 뀄다.

 

 장재영의 기분 좋은 출발에 홍 감독도 대만족이다. 사제지간서 제자가 첫 발을 뗀 게 보람찰 수밖에 없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키움의 불펜 계투조 사정을 보면 이해가 쉽다. 키움은 지난해 클로저 조상우와 셋업맨 안우진을 필두로 필승 계투조를 꾸렸다. 이영준과 김상수가 안우진에 앞서 등판하는 순서였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 두 명이 뒤에서 버티면서 최대한 승리를 지키는 패턴.

 

 그런데 올해는 새 출발이 필요하다. 조상우가 스프링캠프 도중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해 후반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이영준도 아직 재활훈련 중이다. 셋업맨 안우진은 홍 감독 체제에서 선발 로테이션으로 합류했다. 복귀 가능성이 0에 수렴하지는 않지만 “풀타임 선발로 키우겠다”고 공언해왔다. 김상수는 비시즌 자유계약(FA)으로 SSG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필승계투조 인원이 현재 모두 1군 라인업에 없다.

 

 홍 감독은 “조상우가 오기 전까지 오주원이 마무리”라고 했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준 것. 그러나 장재영이 데뷔전과 같은 모습을 잇는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키움은 지난해 조상우를 무조건 9회에만 올리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 등판시켜 불을 끄고 승리를 챙긴 적도 많다. 상황에 따라 2번째 마무리도 필요하다.

 

 홍 감독은 “장재영 마무리가 굉장히 유혹적이긴 하지만 넘어가지 않으려고 참고 있다. 우리 팀뿐 아니라 KBO리그에 선발투수로 성장하기에 좋은 재목이라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우리 팀에 조상우라는 마무리 투수가 있다. 재영이의 마무리 보직에 대해 현혹이 오더라도 잘 참겠다”고 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키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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