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차 후배와…거인의 심장은 행복한 내일을 꿈꾼다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벤치에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거인의 심장’ 이대호(39·롯데)가 프로에 발을 내디딘 지도 어느덧 20년이 됐다. 송승준(41)을 제외하면 팀 내 최고령이다. 올해 입단한 신인 김진욱, 나승엽(이상 19) 등과는 무려 20살 차이가 난다. 흐르는 세월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이대호는 “큰 딸이 올해 10살이다. 나와 후배 사이보다 딸과의 차이가 더 적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이럴 때 보면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면서도 “어리지만 준비를 잘 하고 있더라.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문득문득 본인의 신인 시절이 떠올랐을 터. 이대호는 200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로 롯데 품에 안겼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분위기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대호는 “어렸을 땐 솔직히 선배들 눈도 잘 못 쳐다봤다”면서 “이젠 괜히 농담도 하고 우리가 먼저 다가가려 한다. 거리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라면 자기 주관이 뚜렷해야 한다.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기죽지 말고 즐겁게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넘어설 후배를 기다린다. 이대호는 오랫동안 4번 타자로 뛰었다. 워낙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체할 자원 또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는 롯데와 FA 재계약을 맺으면서 자신의 현역생활을 2년으로 한정했다. 그 안에 후계자를 찾아야 한다. 긍정적인 대목은 어린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롯데는 뎁스가 한층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대호는 “후배가 잘해서 4번 자리를 내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해도 행복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는 내 자부심이다.” 이대호의 시선은 오로지 팀에 집중돼 있다. 일본,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한 시기를 제외하곤 한결같이 롯데맨으로 살았다. 그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계약 시 우승 옵션을 포함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이대호는 “어렸을 때부터 롯데 팬이었다. 가슴 속에 뭔가 있는 것 같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홈런 2개 쳐서 기뻐했던 시절은 지났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팀이 이기면 그게 기쁜 날인 듯하다”며 “항상 우승을 목표로 준비해왔다. 혹시 못하더라도 후배가 해줄 것이라 믿는다. 은퇴 전에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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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밝게 웃는 이대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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