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과 류현진의 1피홈런…같은 듯 다른 아쉬움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같은 1점짜리 홈런이지만 괜히 더 아쉽게 느껴진다. 미국에서는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쳤다.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미국 메이저리그(ML) LA다저스와 시범경기에서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21개. 팀이 4-3으로 승리하면서 세이브를 챙겼지만 홈런 하나에 아쉬움을 삼켰다.

 

 양현종은 경기를 마친 뒤 현지 매체와 화상인터뷰서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다음에 등판하면 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3주간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이므로 등판할 때마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4-2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첫 타자 셸던 노이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마르 에스테베스까지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2아웃을 선점했다. 그러나 D.J.피터스와 승부에서 홈런을 내줬다.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변화구가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몰렸고, 큼지막한 홈런을 내줬다. 제임스 아웃먼에게도 안타를 내준 뒤 흔들리는 듯 했으나 엘리엇 소토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요니 에르난데스가 처리해내면서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양현종의 피홈런이 아쉽게 느껴진다. KBO리그의 특급대우를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난 양현종은 도전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범경기가 단순히 체크하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결과를 내야만 하는 시기다. 그래서 미국 진출 전부터 이전과 달리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존 다니엘스 단장이 양현종의 훈련을 지켜본 뒤 “자신감이 넘친다. 경쟁하는 모습이 기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던 중 갑자기 아쉬운 점 하나가 생겼다.

 

 류현진이 오버랩된다. 류현진 역시 지난 6일 올 시즌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볼티모어전서 홈런을 얻어맞았다. 2이닝 완벽투 속 팻 발라이카에게 내준 솔로포가 유일한 흠이었다. 류현진은 현재 메체와 인터뷰서 “홈런을 맞기는 했으나 실투성이었고 타자가 잘 쳤다”고 말했다. 똑같은 상황이지만 현지 매체는 류현진의 점검에 의의를 뒀다. 피홈런 대신 남은 아웃카운트 6개를 처리한 과정에 초점을 뒀다.

 

 KBO리그에서 나란히 특급 에이스였던 둘은 이제 다른 처지다.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에이스로 자리했고 양현종은 도전자의 입장이다. 같은 피홈런에도 다른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텍사스 레인저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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