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에게 밀리지 않은…김한별, 경기를 지배했다

 

[스포츠월드=용인 이혜진 기자] “김한별, 완벽하게 해줬다.”

 

삼성생명의 반란이다. 삼성생명이 크게 포효했다. 7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은행과의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76-71(19-13 10-14 26-19 21-25)로 승리했다. 조금 더 고지가 뚜렷해진 것은 물론이다. 역대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67.8%(28회 중 19회)다. 단일리그가 시작된 2007~2008시즌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91%(11회 중 10회)까지 올라간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또 한 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국민은행과 삼성생명이다. 직전 맞대결이었던 2년 전에는 국민은행의 압승이었다. 연달아 3승을 따내며 정상에 올랐다. 쓰라린 기억이다. 당시 국민은행은 정규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체력적 차이가 있었다 하더라도 삼성생명으로선 손 한 번 제대로 못 써보고 패했다. 임근배 감독은 “선수들 구성도 달라졌지만 그때보다 경험적,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이번에도 객관적인 전력만 보자면 삼성생명이 열세였다. 국민은행은 박지수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는 데다 플레이오프(PO)를 2전 전승으로 끝내며 휴식시간을 하루 더 가졌다. 반면, 삼성생명은 우리은행과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대적으로 베테랑이 많은 팀 전력을 생각하면 더욱 대비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임근배 감독은 “움직임이 좋아야 할 것 같다. 특히 (박)지수를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경기 내내 삼성생명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1쿼터 5-0으로 앞선 뒤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활약을 보여준 이는 단연 김한별이다. 38분51초 동안 코트 위를 누비며 3점 슛 5개를 포함해 30득점을 홀로 책임졌다. 6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등도 곁들었다. 김한별은 “정규리그에선 부상으로 몇 경기 출전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 이젠 몸 상태가 좀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고 활짝 웃었다.

 

리그 최고의 센터 박지수를 상대로 올린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김한별의 공식 신장은 178㎝로 박지수(196㎝)보다 무려 18㎝가 작다. 그럼에도 몸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날 박지수는 더블더블 작성에 실패했다.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통틀어 이번 시즌 처음이다. 오히려 김한별은 계속해서 외곽 슛을 성공시키며 박지수를 외곽으로 유인했다. 이때 비어있는 골밑을 배혜윤(18득점 10리바운드 등)이 공략하는 등 유기적인 플레이도 눈부셨다.

 

팬들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됐을 터. 이날 경기장에는 오랜만에 함성소리로 가득했다. 지난해 12월 1일 이후 무려 97일 만이다. 김한별은 “당연히 큰 힘이 됐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팬들이 계신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저희 경기를 보며 조금이라도 힘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왕좌까지는 앞으로 2승을 더 거둬야 한다. 김한별은 2009~2010시즌부터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뛰었지만 아직까지 단 차례도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최고 높이가 준우승. 김한별은 “지금껏 상대했던 팀들 모두 강력한 빅맨이 있었다. 우리 팀이 한 마음으로 플레이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WKBL 제공/ 삼성생명이 예상을 깨고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자가 됐다. 67.8% 확률을 거머쥔 셈.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김한별의 활약이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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